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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카테고리 없음 2019. 2. 21. 19:17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누구의 아들이나 딸이 되기도 하며, 누구의 남편이나 아내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그야말로 맹구우목(盲龜遇木), 망망대해에서 거북이가 1백 만년동안 고개를 내밀어 한 번 나무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고. 천년 만 년 동안 천번만번의 약속이 있어야만 실현되는 일이기도 하다.
하늘에 물어본다. 다른 세상에서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고. 아들과 딸이 있으며, 남편과 아내가 있고, 정인(情人)이 있지만 여기처럼 만남은 짧고 헤어짐은 길기만 한가? 거기서도 그리움이라는 것이 있어 먼저 간 부인을 그리워하는 「심로숭」같은 사람이 있고. 먼저 떠난 남편을 생각하며 한숨 속에 하루하루를 사는 「원이엄마」같은 사람이 있기라도 한가?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딱 한 번 만나는 것이 부러운 사람들이 있었다. 김시습의 전기소설「이생규장전」이나 중국 명나라 때의 탕현조가 지은 희곡「모란정」에서는 비록 죽지만 다시 임을 만나기 위해 환생하기도 하는데 우리도 간절하면 그리 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지만 그렇다면 망부석(望夫石)이나 만리장성의 슬픈 이야기 같은 것은 애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동강과 한강은 서해에서 만나고, 송악산과 삼각산은 서로 마주보기라도 하지만 우리 사람은 때로는 강물이나 산보다도 못한 신세인 것이다.
대동강 부벽루에서 같이 달구경하던 사람들,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 남원 광한루에서 복사꽃 떨어질 때 헤어졌던 사람들,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봄이 와서 산야에 꽃이 피면 시름만 깊어가고, 살아서 볼 수 없다면 죽어서라도 이 산 저 산에서 해골이 되어서라도 마주 볼 수 있는 것일까?
나를 설레게 했던 사람, 나를 들뜨게 했던 사람, 꿈속에서도 그리웠던 사람. 차마 바로 보지 못해 고개 돌려 본 사람. 우리도 옛사람처럼 속절없이 개울물에 낙엽만 띄우는가? 하얀 섬돌이 닳도록 나를 서성이게 한 사람, 나로 하여금 베개에 눈물 떨어지게 한 사람, 우리도 결국 옛사람처럼 한갓되이 풀잎만 맺는 것인가?
아무리 명승고적이라도 설령 그곳이 로마의 애천(愛泉) 분수대 앞이거나 파리의 세느강 다리 위라도 만남이 없다면 모두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
단테는 베아트리체들 일생에 딱 두 번 만났고. 조조의 아들 조식은 형수 견부인을 먼발치에서 보기도 어려워 겨우 꿈속에서 보았다고 하니 역시나 만남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리라. 저 무산(巫山)의 신녀(神女)가 아침에는 산허리에 구름으로 걸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내리면 그것도 만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있으리라.
2014 10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