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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적 책읽기를 좋아한 어린아이였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을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강원도 평창 진부에서 보냈습니다. 지금 상진부 톨게이트 있는 곳으로 내 어릴 적 꿈과 추억이 깃든 잊지 못할 곳입니다. 그곳은 「시냇물이 흐르고, 양떼가 있으며. 피리소리 울려 퍼지던」로마의 검투사 스파르타구스의 고향 못지않은 곳입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하늘이 더 푸르렀고, 해는 빛났으며, 물빛은 더 반짝거렸습니다.
비록 사는 것은 어려웠지만 순박한 정취(情趣)가 사람들에게 흐르고 마을에도 흘렀습니다. 운명의 힘인가? 어린아이는 책속에 빠져버렸고, 책속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또 빠져버렸습니다.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는「역사학의 대상은 인간」이며,「사건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인간중심의 역사」를 강조하였는데, 그 마음은 내 마음이었습니다.
일찍이「역사가 사람들의 기록」이라는 것을 그려낸 사람은 사마천이었습니다. 나는 그의「열전(列傳)」을 몇 번 읽었지만, 읽을 적마다 등장인물과 하나 되어 시간여행을 하곤 했습니다. 이것은「풀다크영웅전」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 아들 딸들아! 적어도「사기열전」과「풀다크영웅전」은 꼭 읽어야 한다.
그것은「신(神) 내림」과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위로받기 위해 옛사람(古人))을 불렀는데 이제는 거꾸로 내가 위로해야 할 처지에 놓여버렸습니다. 거기도 이승과 똑같아 풍족하게 살다간 사람이나 어렵게 살다 간 사람이나 못 다한 말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위로는 어디서나 통하는 언어인가 봅니다.
그것은 글을 통해 그들을 오늘에 불러내어 생명을 불어 넣는 것입니다. 돌아보니 이 일을 할 적임자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안보입니다. 간절함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사람들에게 그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 글에서 옛사람이 어슬렁거리고, 문향(文香)이 서리는 이유입니다.
나는 그들의 입과 수족이 되어버렸는데, 보아하니「죽은 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내쫓는 것」과 같았습니다. 또 가만 보니 그들도 산 사람같이 탄식하고 한숨을 쉽니다. 아! 영혼에 관한 문제는 산사람이나 즉은 사람이나 똑같은 것이었습다. 나는 우리들의 이 만남을 「천년(千年)의 만남」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내가 살아있을 적에는 내가 그들을 불러내지만 내가 죽으면 그들을 누가 불러 주는가? 나는 또 누가 불러주고.-
나는 살아서도 나그네인데 죽어서도 나그네입니다 .그래도 거기는 내 좋아하는 사람, 「산이 작아도 신선이 살고 있으면 명산(名山)이다.」라고 말한 당나라 시인 유우석과 「술이 거나하면 보석 같은 시구를 입에서 마구 토해냈다.」는 조선의 시인 이달이 있어 여정(旅情)은 괜찮을 겁니다.
2013 0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