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권력을 가리켜「질서를 바꾸는 힘」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권력자는 질서를 바꾸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옛날에는 왕이나 황제가 권력자였다면 오늘날 우리나라 같이 대통령중심제를 취하는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권력자인 것이다. 옛날의 왕이나 황제는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가졌는데, 오늘날의 대통령 권력은 그 왕이나 황제를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대통령의 지위는 막중함에도 대통령의 자질을 생각해 보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선출은 인기투표와 같다. 대통령 자질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대통령 자질이 풍부한데도 대통령이 될 수 없기도 하다. 민국(民國)이 수립된 이래 적지 않은 대통령들이 나왔지만 과연 그 사람들은 수준 높고 함량이 충분했을까? 혹시 우리는 수준 낮고 함량 미달의 대통령들을 뽑아놓고 희희낙락한 것은 아닐까?
대통령이 되기 위한 자질은 많겠지만 최소한 다음 두 가지는 필수적이다. 그 하나가 덕(德)이라면 다른 하나는 세계(世界)에 대한 인식이다. 다음의 말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작은 일을 할 적에는 덕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큰일을 할 적에는 덕이 필요하다. 작은 일을 할 적에는 세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도 되지만 큰일을 할 적에는 세계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큰일을「국가경영」으로 본다면 뜻은 더욱 분명해 진다.
우리가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데는 덕이 없어도 잘 살 수 있고 세계에 대한 인식이 없어도 잘 나갈 수 있다. 많이 양보해서 국무총리·장관·국회의원이 덕이 없고 세계에 대한 인식이 빈약해도 나라는 태평할 수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덕이 없고 세계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그것은 중차대한 문제로 나라가 병들거나 심지어는 존망의 기로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덕이란 이런 것이다. 조조가 원소와의 싸움에서 힘들게 이기자 참모들은 노획물 중에 원소와 내통한 편지들을 공개하자고 하지만 조조는 모든 문서들을 불태우라 한다. 태운 것은 종이지만 얻은 것은 마음이었다. 그것이 바로 덕인 것이다. 징기스칸이 힘이 약해 테무진이었을 때 싸움에 져서 아내 보르테가 포로가 되어 적장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이때 테무진이 말한「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우리가 잘못」이란 말이 덕이지, 병자호란 때 명문장가요 우의정인 장유가 환향녀인 며누리가 절개를 잃었으니 아들과 이혼하게 해달라는 상소는 덕이 아닌 것이다.
곧 덕은 감동인 것이다.
사람이 세계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이른바「생각의 숙성」이란 것이 생길 수 없다. 갈등과 대립은 나쁜 것이 된다. 창조적 파괴처럼 생산적 갈등도 있을 수 있고, 한 현상이 생기면 대립되는 다른 현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데도 이를 알 수가 없게 된다. 다른 것은 다양성인데도 틀린 것·옳지 않은 것이 되고. 반대나 이의(異議)는 나를 강하게 하는 것임에도 이를 불온시 한다. 내가 보는 저녁놀은 누군가에게는 아침 해 일수도 있고, 한강에 술 한 동이를 부으면 맹탕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 전체가 술이 됨도 모르게 된다.
그렇다면 세계에 대한 인식 역시 감동인 것이다.
나라에 감격할 일이 없고. 감동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은 모두 대통령이 덕이 없고 세계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온 나라 안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직 대통령만은 덕이 있고 세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존경 받고, 두고두고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2016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