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신」은 있는가?
나는 이번「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갑자기「역사(歷史)의 신(神)」생각이 났다「.역사의 신」이란 역사를 주재(主宰)하고 관장(管掌)하는 신을 가리킨다. 얼마 전 별세한「조선왕조 오백년」의 작가 신봉승은「민비를 시해하는데 앞장 선 우범선과 그 아들 육종학자인 우장춘의 사례에서 매국노와 그 자식들의 관계를 보고 역사의 엄정함에 두려움을 느끼며, 역사를 관장하는 신이 있음을 믿는다.」고 말하였다. 그는 또 덧붙여「우리가 역사에서 감동을 얻게 되는 것은, 역사를 매만지고 역사를 보살피며, 역사를 엄숙하면서 정연하게 하는 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신봉승의 이러한 생각은 사마천이 안회 같은 선인(善人)은 고생만 하다가 일찍 죽고, 도척 같은 악인(惡人)은 부귀장수를 누리는 것에 대해 천도(天道)를 의심한 것에 비하면 아주 낙관적인 역사관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봉승이 말한「역사의 신」은 누구일까?
그것은 플라톤이 말한 만물의 근원인 이데아(Idea)일까? 주희가 말한 삼라만상은 이(理)의 발현양상이라는 그 이(理)인가?
그것은 변증법적으로 한 현상이 생기면 다른 현상이 생기는데, 그 다른 현상인가? 「차면 기운다.」는 물극즉반(物極則反)에서 그 물(物)의 극성(極盛)인가? 노자의「돌아가는 것이 도가 움직이는 방법이다.(反者. 道之動)와 약함이 도가 사용하는 수단이다.弱者. 道之用)」에서의 그 반자(反者)와 약자(弱者)인가?
그것은「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그 예언인가? 「신은 아신다. 다만 기다릴 뿐이다.」라는 어느 동화의 제목 같은 것인가? 「감춘 것은 드러나고. 숨긴 것은 알게 된다.」는 말씀인가?
그것은「인간은 계획을 세울 수 있으나 성사(成事)는 하늘이 한다.」는 하늘과「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하늘은 속일 수 없다.」는 그 하늘인가?
그것은「진리는 구부려져 간다.」는 그 진리인가? 하버마스를 비롯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비판적 이성(理性)」인가? 역사에 때로는 반동과 퇴행이 있어도 그것은 곧 치유되거나 전환된다는 역사적 합리성인가?
그것은「폭정(暴政)은 도적을 부른다.」는 그 폭정인가? 「백성의 입은 터진 봇불 막기보다 더 어렵다.」는 그 백성의 입들인가?
생각하면 역사의 격랑도「역사의 신」의 작품이고. 역사의 아이러니도「역사의 신」의 작용인 것이다. 우리 인간은 역사란 무대에서「역사의 신」이 정한 대로 하다가 사라질 뿐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사람이「역사의 신」에 대드는 것은 마치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대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나는「역사의 신」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보며. 그「역사의 신」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6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