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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儒家)처럼, 스토아철학자처럼

무릉사람 2019. 2. 23. 22:46

불후의 역사서「사기」를 지은 사마천은「안회 같은 선인은 요절하고. 도척 같은 도적은 장수를 한다. 이래가지고 어찌 천도(天道)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천도를 의심하지만, 사마천 같은 형형(炯炯)한 역사가가 그렇게 쉽게 이야기를 끝낼 리 없다. 진짜 꼭 하고 싶은 말은 생략되었을 것이다.

 

사마천은 선하게 살아도 보상이 없으며, 악하게 살아도 천벌은커녕 부귀를 누리는, 인과관계가 없고 응보도 없는 비극적 세계관을 가진 유가, 그것도 원시유가(原始儒家)였던 것이다. 이러한 유교적 세계관은 다른 사상이나 다른 종교의 세계관과 비교할 때 유교만의 강점으로서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가치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고난을 찬미하는「고난의 종교」이지만「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생명의 면류관을 얻을 것이다.」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 고난에 대한 보상으로서 부활과 영생을 마련하고 있다. 불교도 윤회와 업장에서 볼 수 있듯 보상이 지배하고 있다. 원효의「아미타불」만 100번 외워도 서방정토에 간다는 것은 그 한 예이다.

 

유교는「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나「꾀하는 것은 사람이고.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는 말에서 보듯 보상관념은 아예 없으며, 권선징악도,「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도 없다. 하늘이나 사람에 대한 원망이나 탓도 없다. 유가는 너무나 사람을 낙담케 하고 실망시키면서. 인정(人情)을 발견하기도 아주 어렵다.

 

유교적 세계관은 서양철학의 출발지인 스토아철학과 일맥상통 한다. 스토아철학은 고난과 불행을 감수하고 감내하는 사상이다. 행과 불행, 일의 성패. 흥망성쇠는 이미 뒤로 했다. 저 맹자의「부동심(不動心)」과 스토아학파의「평정심(平靜心),apatheia」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외양간에 소가 없고. 우리에 양이 없으며.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없어도 천도이고. 봄에 꽃이 피지 않고. 가을에 소출이 없으며, 여름에 흰 눈이 와도 또한 천도인 것이다.「천도」도 도(道)의 일반원리를 따르는데 즉 도라고 부르기 시작할 때부터 천도는 그 고귀한 지위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2015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