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동맥경화의「대한민국」

무릉사람 2019. 3. 3. 20:52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생성소멸의 과정을 밟는다. 국가도 유기체인 이상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릇 살아있는 것들은 생성하면 소멸의 단계에 들어서기 전에 반드시 동맥경화에 걸리게 되고. 이는 성장통이 성인이 되는 시련인 것처럼 동맥경화는 성인이 됨으로써 치루는 대가인 것이다.

 

따라서 동맥경화는 생명 있는 것들의 어찌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람도 동맥경화에 걸리면 위험한데 나라가 동맥경화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인간문화재」제도가 문화의 보존에는 이바지 하였으나 나중에는 문화를 제한하고 교조적이 되는 것처럼, 나라의 발전력이 나라의 장애물이 되고 나라의 보배가 나라의 짐이 되는 것이다.

 

나라가 이미 죽었거나 실체가 없는 유령들과 소모전을 벌이고. 본질대신 현상을 수호하게 되며. 지엽적인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애지중지된다. 사람들이 꿈을 꿀 수가 없고. 답답함을 느끼거나 의문을 갖게 된다. 모든 것이 수직화·서열화·획일화·규격화되고 창의성이나 창조력은 어디 발붙일 데가 없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아득한 옛이야기가 되고, 부모를 잘 만나야 제대로 행세하는 세상이 된다. 이건 아예 고려시대의 문벌을 옮겨온 것이고. 조선시대의 훈구파들이 되살아온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나사렛에서 선한 것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여기에서 뛰어나면서 맑은 영혼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나라가 동맥경화에 걸리면 이념이 득세하게 되는 데, 악화가 양화를 내쫓는 것처럼 극단주의나 근본주의 등이 발호하게 되고. 기득권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계급적 성향이 나타난다. 끝내는 정감록 같은 참언이 유포되어 혹세무민하거나 위안을 얻기도 한다. 관직은 위인설관(爲人設官)식이 되고. 옥상옥(屋上屋)이 된다.

 

이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목에 꽉 찬 상태이고. 어느 유탄에 맞을지 모두가 전전긍긍하며. 모두가 천연덕스럽다. 어렸을 적 소풍에서 수건돌리기가 어른이 되면 폭탄돌리기로 변하고, 상투를 잡는 것은 아뿔싸 죽는 것은 조조군사라고 서민들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신천지라 깃발을 먼저 꽂는 사람이 임자였으나. 이제부터는 서로 출혈을 감내해야 하는 세상이다. 악순환은 계속되고. 움직일수록 수렁에 빠지는 형국이라 할 것이다. 나라가 흥성할 적에는 진보와 보수(선진국에 해당)의 구도로 짜여 지지만 이젠 살아남기 위한 개혁과 이대로가 좋다는 수구의 구도로 짜여 진다.

 

학계에서 말하는 시민사회의 전통이 없거나 시민의식이 부재한 나라에서는 동맥경화가 빨리 오고 그 고통도 클 것이고. 불행한 인간 대신 행복한 돼지를 추구한 나라에서는 올 것이 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동맥경화는 히포크라테스. 화타와 편작. 허준이라도 고치기 어려울 것이다.

 

 2015.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