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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무릉사람 2019. 3. 3. 20:53

테러는 주로 힘이 약한 한 쪽이 강한 다른 상대방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아무리 그것이 약자나 소수자가 당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자신들의 기백을 떨치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명백히 범죄이자 악(惡)인 것이다.

 

테러가 나쁜 것은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다고 해서 상황이 호전되거나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더 큰 반동을 부르기 때문이다. 증오가 증오를 낳고, 피가 피를 부르는 것이 바로 테러의 속성인 것이다.

 

태러는 극단적이고 교조적인 사람들이나 단세포적인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데, 천하보다도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노린다는 점에서 자폭테러는 물론 분신행위까지도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무릇 생명을- 그것이 타인의 생명이든 자기의 생명이든 - 목적의 도구로 삼는다는 점에서 그들의 몰가치적·반생명성을 알 수 있다.

 

약자나 소수자 가령 유색인종이나 식민지 백성이 부당한 것에 대해 아무런 항의나 이의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반전(反戰)이든 반제(反帝)든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인류에게 감동을 주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테러는 주로 거창하게 정치, 종교, 진리, 민족,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데, 궤변일 뿐이며 반문명성과 야만성 그리고 인류의 치부만을 드러낼 뿐이며, 수단이 목적을 결코 합리화할 수가 없는 것이다.

 

테러는 아마 인류의 발생과 함께 있었을 것이다. 5천200년 전의 사람으로 알려진 알프스의 아이스 맨「외치」도 테러에 의해 희생되었을 것이라 추측하는 상태이고. 사마천의「사기·자객열전」에서는 예양·섭정·형가 등의 자객들이 극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역사상 유명한 테러로는 로마 공화정 말기 시저가 부르투스에게 암살당하고. 이슬람 4대 칼리프로 마호멧의 사위인 알리의 비극적인 암살, 프랑스대혁명 때 혁명 지도자 쟝 폴 마라가 샤를르트 코르테라는 여성에게 암살당하며, 스웨덴의 국왕 구스타브 3세가 장교 야곱 안카스트로넴에게 암살당하여 베르디의 오페라「가면무도회」의 주인공이 되고.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이집트 사다트 대통령, 이스라엘 라빈 수상과 로메로 대주교가 그러하며.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원인으로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가 가브릴로 프란치프라는 청년에 의해 암살을 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정국에서 김구선생이 안두희에게 암살을 당한다.

 

테러는 부르투스나 코르테의 경우에서 보듯 국가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을 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마라를 죽인 코르테는 법정진술에서「10만 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죽였다.」고 했지만 그 전에 쟈코뱅당의 공포정치가 로베스 피에르도 루이 16세를 처형하면서 똑같은 말을 하였다.

 

테러가 그나마 최소한의 의미를 갖는다면 위협이나 공포. 살상 등의 방법이 아닌 형태로 의사표시를 할 경우이다. 즉 추락미(墜樂美)나 결손미(缺損美) 또는 강개미(慷慨美)인 비장미(悲壯美)이다. 일제시대 3·1운동 때 유관순이 만세를 부른 것이나 독일 나치 때 반(反)히틀러 전단을 뿌리다가 죽게 되는 한스· 조피 숄 남매를 비롯한 5인의「백장미단원」의 아름다움이 그것이다.

 

그래서 간디의 비폭력운동은 우리가 스승으로서 따라야 할 것이고. 중국 위진시대 죽림칠현중의 한 사람인 혜강이 아무리 포악한 걸과 주일지라도 탕과 무가 신하된 자로서 무력을 써서 몰아내고 그것을 찬양한 공자를 가리켜「탕무를 부정하고. 공자를 가벼이 본다.」고 말한 것은 오늘날에도 경청할 소리인 것이다.

 

그뿐인가.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의 스님 진묵대사는 왜군이라도 불성(佛性)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간디나 혜강, 진묵대사는 인류의 양심이라고 할 수 있고. 별 중의 별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들만이 하늘 밖의 하늘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성경 로마서 12장 19절과 20절이나 레위기 19장 18절에서는「원수를 직접 갚지 말라」는 말씀이 있다.「역사를 관장하는 신(神)」은 분명 있는데도 상상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냐고 한다.「역사의 신」은「역사적 합리성」의 다른 이름인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천도(天道)가 없다고 말하지만. 분명 천도(天道)는 있는 것이다.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빠른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