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성의「힘」
정통성이란 권력의 원천이자 근거이다. 정통성은「인간의 의식이 존재를 규정하는」몇 안 되는 경우이다. 따라서 권력이 정통성을 잃으면 선악시비가 뒤바뀌고 국민들이 이반하며 법령이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는 등의「정통성의 보증의 부재」상태가 되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정통성에 관한 역사라 할 만큼 정통성은 각 시대의 쟁점이었다. 정통성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신(信)에 해당하고 나무의 뿌리와 같은 것으로서 외교나 안보. 경제를 아무리 잘 해도 소용이 없고.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방책도 무용(無用)이 된다.
춘추 의리론에서「정권을 농락하는 권문세도를 징벌하고, 민심은 천심에 우선하고 공중의 의사는 국법에 우선한다.」는 것이나 춘추의 역사 기록법으로「정벌. 토벌 등은 정도(正道)가 사도(邪道)를 치는 것이고 노략, 간계, 찬탈, 침략 등은 사도가 정도를 괴롭히는 것」이라는 말 등은 정통성을 중심에 둔 투철한 예인 것이다.
공자는「정치인이 정통성이 없는 것은 기술자가 척도가 없는 것과 같아서 나라가 남아있다면 요행」이라 말했고, 신봉승은「변변한 농토도 없고. 자연재해가 심했으며, 관리의 탐욕과 착취가 잔인한 조선왕조가 27대 519년 다스렸던 것은 국가기강이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즉 도덕국가였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했다.
정통성은 정명(正名)사상과 천명(天命)사상을 근저로 하고 있다. 군주가 과연 군주다운가 하는 것이고. 군주가 과연 기름부음을 받았는가 하는 것이다. 남송의 주자와 삼국지연의의 나관중이 조조를 낮추고 유비를 높이는 촉한정통론을 주장하고. 사마광이 조조의 위나라를 정통으로 제시한 이래 정통성은 모든 정권의 1치적 과제였다.
본처를 원배(元配) 또는 정실(正室)이라 하고 정통성 있는 국가의 역사를 정사(正史)라 하는 데서 보듯 정통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하고. 양보할 수 없는 가치였다. 백이숙제가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것은 주나라가 상나라를 무력으로 정벌했기 때문이고. 조조의 야망을 알아챈 순욱이 음독을 하는 것도 이 정통성 때문이다.
죽림칠현의 혜강과 완적이 실권자 사마소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정벌이든 선양이든 찬탈로 보기 때문이고. 적미군이 왕망의 신(新)나라를 부인하고. 서경업이 측천무후에게 반기를 들며. 명나라 때 방효유와 경청이 영락제 주체에게 칭신하지 않은 것도 정통성 문제 때문이었다.
이성계가 고려의 우왕과 창왕을 폐한 것은 공민왕의 핏줄이 아닌 신돈이 핏줄이라는 것이고. 정몽주, 길재. 원천석 그리고 정선 8현이나 두문동 72현과 성삼문을 비롯한 사육신과 김시습을 비롯한 생육신, 삼학사나 김상헌 등도 모두 혈통과 방법과 문화의 정통성과 관련된 것이었다.
정통성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성종은 일찍 죽은 예종에게 입적되었고. 정조가 효장세자의 후사로 결정된 것이나 중종이 조광조를 등용한 것도 부족한 정통성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고. 숙종 때 예송문제가 불거진 것도 효종을 왕이지만 차자로 인정하는 세계관에서 나온 정통성 문제인 것이다.
윤구종은 경종에게 신하의 의리가 없다고 하였고, 이인좌는 경종이 독살되었다고 믿어 난을 일으키고. 김일경과 목호룡은 영조의 친국을 받으면서도 영조를 임금이라 부르지 않고 나리라 부르는 것도 모두 정통성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인조반정도 인조가 정치적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정통성을 결여한다고 오늘날 보고 있다.
정통성은 힘이 정의인 세계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것이다. 옛날 천자가 도가 있을 때만 백성들이 주인으로 섬기지 그렇지 않으면 버리고 쓰지 않은 것도 정통성과 도가 곧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오늘날의 민주국가에서의 정통성은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 명시한 것처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래서 민주국가에서 선거가 중요한 것이고 그중에서도「절차」가 핵심인 것이다. 선거과정이 폭력이나 위계에 의해 왜곡되었다면 그것은 루소의「일반의지」,즉 국민의 뜻을 훼손한 것이고 로크의「저항권」이 자연스레 발생하는 경계선인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라고.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경우는 오직 하나뿐이니 선거에 절차상 하자가 있으면 그 효력은 정지되거나 무효가 되는 것이다. 절차에 정당성이 없으면 다시 말해 흠결이 있으면 그 권력은 정통성을 잃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13 0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