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차이, 흥망의 차이
도불습유(道不拾遺)란 말이 있다.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을 정도로 사회기강이 확립되어 있는 것으로 법가(法家)들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반면 닭이 졸고 있고 개가 짖는 그림이 있다. 무릉도원에도 있는 풍경으로 이보다 태평성대 또는 태평연월을 잘 나타낸 것은 없다.
일본제국주의 군대가 수용하고 해방 후 한국군에게도 영향을 끼친 프로이센의 군기(軍紀)란 것이 있다. 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 군대의 특징으로 구타와 욕설, 상관에 대한 무조건적 절대복종을 그 내용으로 하였다. 반대로 프로이센의 경쟁국인 프랑스의 혁명군은 애국심과 자발적인 전의(戰意)로 사기가 충천(衝天)하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상앙은 변법(變法)을 실시하였는데, 주요사항은 신분에 상관없이 전공에 따라 상벌을 내렸으며, 토지의 사유를 인정하자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진시황은 이념적인 책을 불사르며 사상통제를 하자 나라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신진대사가 멈춘 것처럼 되어 제국은 성립 15년에 망한다.
신라시대 문무왕은 경주에 성을 쌓고자 한다. 이에 의상대사는「왕의 정치가 현명하면 언덕이나 강에 금을 그어도 백성이 넘지 않을 것이며, 왕의 정치가 현명하지 못하면 비록 철옹성이라고 해도 소용없다.」고 말한다. 조선시대 오랑캐인 여진족에게는 조선의 목가적 풍경과 단란한 가정도 조선의 국력이었고. 강성함이었다.
사학자 문일평은「우리나라 역사상의 적지 않은 반역적인 거사들은 역사의 동력이자 발랄함」이라고 했으며, 엥겔스는「새로운 진보는 언제나 필연적으로 어떤 신성한 것에 대한 모독으로 나타나고. 낡아 나날이 쇠잔해 가면서도 습관적으로 숭배하던 질서에 대한 반역으로 보여 진다.」고 하였다.
갈등과 대립을 불경이나 불온하게 보는 대신 생산적 진통으로 보며, 출구도 없고 장벽이 높으면 내부적으로 폭발함을 알아 출구를 마련하고 장벽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중화(中和)의 미학(美學)인 것이다. 로마제국에서 보듯 지금까지 관용의 정신이 넘치고 스펙트럼을 넓게 가진 국가나 개인은 번성하고 장수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하며 무엇을 진작하고 무엇을 원모심려 할 것인지는 자명(自明)해 진다.
2013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