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힘
사람들은 정치권력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고 있지만, 고려의 유신(遺臣) 원천석의 시조 구절「만월대도 추초(秋草)로다.」나 조지훈의 시 봉황수(鳳凰愁) 중「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란 대목에서는 세상을 바꾸기는커녕 덧없음과 연민의 대상으로 전락함을 알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챈 사람은 조선의 명군(名君) 정조였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수원화성」을 쌓을 때, 한 신하가「성은 견고하면 됐지 구태여 아름답게 지을 필요가 있습니까?」말하자「아름다움도 능히 성을 지킬 수 있느니라.」고 대답하였다.
세상에서「아름다움」을 추구한 사람들이 있었다. 중국인은 만리장성 몇 개와 역사서「사기」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고, 인도인은 출산을 하다 죽은 왕비 뭄타즈를 위해 샤자한왕이 건립한「타지마할」과 그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왕이 흘린 눈물이 타지마할을 감도며 흐르는 야그라강물만큼 될 거라는 이야기와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동등하게 생각할 것이다.
세상에서 아름다움의 힘은 컸다. 인도의 수상 몇 십 명이 있어도 타고르의 시 한수를 넘을 수 없고, 칠레에 대통령이 몇 십 명 있었지만 네루다의 시집「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를 당할 수 없다. 길상사의 옛주인 자야여사도「백석의 시 한 수는 100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름다움의 가치를 몰랐기 때문에 한 때 지중해를 석권했던 카르타고, 한 때 유렵을 떨게 했던 아틸라의 훈족, 한 때 중앙아시아를 호령하던 티무르제국도 결국「한때」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다. 고야의「옷 벗은 마하」,슈베르트의「겨울 나그네」,바이런의「서풍에 부치는 노래」가 없는 세상은 얼마나 을씨년스러울 것인가.
-「아름다움」은 비록 추상적인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2013 0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