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안데르센」만 알뿐이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누구이고.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은 누가인가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 봤다. 젊었을 적에는 알렉산더 대왕이나 징기스칸. 또는 나폴레옹이라고 생각했지만 도봉산의 나무 잎들이 초겨울 비를 맞을 때, 또 낭만파 시인 쉘리가「비탄」의 첫머리에서「인생길 마지막 고갯길에 올라 뒤돌아보고 소스라친다.」의 그 고갯길에서 나는 변심(變心)을 하였다.
어렸을 적처럼 지금도 그 이름을 들으면 내 마음이 설레고. 나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아직도 울린다면 유력(有力)한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덴마크의 역사는 몰라도 안데르센이 쓴「성냥팔이 소녀」나「인어공주」는 알고 있다. 아일랜드는 몰라도 예이츠의 시「하늘의 양탄자」는 알고 있다. 더구나 오늘 같은 성탄절에는 찰스 디킨즈가 쓴 스쿠루지영감이 나오는「크리스마스 캐롤」은 더욱 잘 안다.
이 사람들은 그리스 사람 히포크라테스의「인생은 짧으나. 예술은 길다.」라는 말을 세세토록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었고. 한 때 영국이「인도와 세익스피어를 바꾸지 않겠다.」란 말의 함의(含意)에 지금도 무릎을 치게 하며, 롱펠로우가「인생찬가」에서 말한「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은 아니라네.」를 증명해 주었다.
이 사람들은 사는 곳은 달랐으나 지향은 하나이므로 조선시대 후기 화가 최북은 스스로「천하제일명인」이라 해도 반듯하고. 시인 김관식이「대한민국 김관식」이라 해도 자연스럽다. 고흐와 비견되는 중국화가 서위는 제자들이 그의 주구(走狗)되기를 원해서 주구의 개념을 바꿔버렸고,「천하에 장자(莊子)를 아는 사람은 딱 두 사람 반인데 장자와 반쪽은 나」라고 말한 류원덴은 총장 취임식 날 안후이 성장과 지구위수사령관이 오니「당신들은 이런 곳에 오는 것이 아니다」며 내쫒을 수 있었다.
-나는 알렉산더나 징기스칸이나 나폴레옹이 하늘인줄 알았는데, 안데르센이나 디킨즈는 하늘 밖의 하늘(天外天))이었다. 나는 이제 안데르센이나 예이츠, 그리고 찰스 디킨즈 외의 어떤 이름도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이름은 오로지 그 이름들뿐인 것이다.
2012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