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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있는 사람들」의 지배를 받고 싶다.

무릉사람 2019. 3. 26. 21:10

한 가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과 여러 가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간의 우열은 여러분이 잘 알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라면 어떻게 될까? 우려를 넘어 큰일인 것이다.

 

법치(法治)를 세우겠다.는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첫마디에서 고민의 흔적 대신법가(法家)를 떠올리고 역사의 후퇴. 시대의 퇴행을 느꼈다. 국가시스템을 파괴시키고 정권을 잡은전두환정의로운 사회를 내세웠는데 책임 있는 사람의 일성(一聲)은 당연히정의로 나라를 다스리겠다.로 시작했어야 옳은 것이다.

 

정의와 법은 목적과 수단의 관계이고, 나라가 정의로울수록 법치는 저절로 작동되는 것임에도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은 국민들을 업신여기는 것이고. 이 나라 지성의 얕음을 드러내는 것이면서 권위주의의 유령이 다시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것이다.

 

법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겠다는 법만능주의(法萬能主義)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즐겨 쓰는 레퍼토리이고, 논리적 근거가 궁핍한 사람들이 항용(恒用)하는 상투어이다. 또 이것은 건국초기 등의 혼란기에 임시적· 예외적으로 쓰는 것으로 이것을 몰랐던 진나라의 법가 상앙과 이사는 스스롤 망치고 나라도 망쳤던 것이다.

 

법의 효력은 사회의 일탈을 막으면서 정상성을 확보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 그것은 스탈린치하의 소련이나 북한의 철권정치인데 겨우 그 수준이라면 국민은 비참한 존재인 것이다. 법은수줍은 소녀이어야지해결사를 자처한다면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법가를 잠시 인정하더라도 거기에는 제갈공명의 청렴함과 공평무사함이 요구된다..공명은 법가이지만 국궁진췌(鞠躬盡瘁)와 읍참마속(泣斬馬謖) 때문에 생명력을 얻는다.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사정(私情)에 휘둘리지 않으며, 공명뿐만 아니라 아들 첨과 손자 상도 전쟁터에서 죽고, 첩을 들이지 않고 박색인 황씨와의 해로가 그것이다.

 

그런데 법만능주의자들의 속성과 뿌리를 캐들면 공명심에 들떠있을 뿐 아니라 독선적이며. 심지어는 흐르는 시냇물과 뛰노는 사슴 떼, 바람과 구름과 비까지도 법으로 어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앞으로가 문제인 것이다.

 

2013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