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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기쁨」

무릉사람 2019. 3. 27. 20:19

세상에는 어느 것 하나 덧없는 것이 없다.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 되고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되자던 이융기와 양귀비의 맹세도 그렇고, 오나라 부차를 적으로 할 적에는 고락을 같이 했지만 부차가 망한 뒤에는 고락을 같이 할 수 없는 것이 구천이었고 범려였고 문종이었다.

 

그래서 성경 전도서의헛되고 헛되도다!는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개운하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무릇 본질이 못되는 현상은 언제나 덧없고 슬픈 것이다. 본질은 십계명을 개폐할 수 있으나 현상은 종속될 뿐이었다.

 

세상에 덧없으면 덧없고 기쁘면 기쁘지 어떻게 덧없는 기쁨이 있을 수 있는가 생각을 해 보았다. 덧없다고 하기에는 미진(未盡), 헛된 것이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것이 덧없는 기쁨인 것이다. 나는 그것이 인생의 묘미이고 세상의 묘리라고 결론지었다.

 

사람은겨자씨만 믿음이 있어도 태산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과 니체의사람이 웃는 까닭은 고통이 너무나 심해 웃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길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은 덧없는 기쁨을 불러오는 그야말로 횡재(橫材)였다.

 

트로이 공주 폴릭세네의 미모 때문에 아킬레스건에 파리스의 화살을 맞아 죽는 아킬레스에게 폴릭세네, 918살 딱 두 번 봤지만 영감을 준 베아트리체는 단테, 흉노에게 중과부적으로 항복한 이릉장군에게 궁형을 당할 정도로 변호한 사마천, 광해군 때 외척을 비난한 임숙영을 변호했다가 장독으로 복사꽃 흐드러진 어느 날 동대문 밖에서 죽은 권필.

 

-우리는 이런 것을덧없는 기쁨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121110

북한산 대동문에는 스산한 바람만 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