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시 살고 가지만
진화론에 따르면『지구 생명의 역사 35억년 동안「언젠가」존재했던 종(種)들의 99%가 오늘날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진화에는 지극히 단순한 법칙이 하나 있는데 멸종이 원칙이고 생존은 예외」라는 것이다. 이 사실에 비추어보면 인류는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럼에도 끝내는 눈 속에 사라지는 발자국 같은 운명임도 예감하는 것이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인류는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살았다. 그곳은 포식자들이 너무 많아 나무 위나 동굴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핍진하고 바빴지만 그래도 밤에는 안식이 있었고 하늘의 달을 쳐다보면 왠지 까닭 없는 그리움과 서러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오늘날 이슬람 국가들의 국기에서 볼 수 있는 달은 광명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때 인류가 쳐다본 달을 잊지 못한 것이었다.
한 때 나무가 지구에 울창했었고, 그 다음에는 공룡들이 지구에 우굴 우굴 하였다. 그때 나무나 공룡들은 자기네가 세계의 주인공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자연계나 인간계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여 사람이 그들을 대체하였다. 그렇다고 사람이 연극이나 소설의 마지막에 나오는 주인공이 될지 아니면 사람을 능가하는 또 다른 존재가 나올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람은 이제 그것의 이름이 진화이든 적응이든 개선이든 그것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종말에 처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법현이나 현장, 혜초 같은 사람들은 널브러진 해골을 이정표 삼아「빛」을 찾으려 타칼라마칸 사막을 건넜고, 스코트는 남극에서 눈보라와 싸웠고, 헨델이나 릴케는「메시아」를 작곡하고「두이노의 비가(悲歌)」를 완성시킬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간절함은 사랑하는 남녀사이의 정으로 표현되는데, 사미인곡(思美人曲)이 소동파나 정철에게서 나왔듯이 동쪽에서는 상야(上邪, 하늘이시여,)라는 제목의 중국 고대 악부시(樂府詩)기 있어「산이 평지 되고(山無陵)), 강물이 마르고(江水爲竭)), 겨울에 천둥이 치고(冬雷震震)), 여름에 눈이 내리고(夏雨雪)), 하늘과 땅이 맞붙어진다면(天地合)」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의 꿈은 잦아들 것이고
서쪽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서정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의「My Luve (나의 사랑)」이란 제목의 시가 있어「바닷물이 말라서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커다란 바위가 햇빛에 녹아 없어질 때까지 Till a'the seas gang dry, my dear. And the rocks melt wi' the sun;」의 그때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2012년 7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