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되려말고, 연산 되지 마라.
중국 원나라 말엽에서 명나라 초기까지 살았단 고계(高啓)는 그의 시 비가(悲歌)에서「부유한 노인 가난한 젊은이만 못하고. 좋은 여행길은 나쁜 귀향길만 못하다.」고 노래하였다. 나는 이 구절처럼 인생과 역사의 핵심을 정확히 찌르는 말을 아직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세상은 반짝이는 것이 좋은 줄만 알았던 것이다.
이 말을 정치에 대입해보면「악정(惡政) 하나 저지르지 않은 것이 선정(善政) 100가지 행하는 것보다 낫다.」거나「사람 목숨 하나 구해주는 것이 7층 석탑 세우는 것보다 낫다.」가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세종대왕이 되려고 한다. 그러나 세종은 되겠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연산군이 되지 않으면 저절로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선거에서 가장 효율적인 투표방법으로 네거티브방식, 즉 나쁜 사람으로부터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올라가는 방법을 꼽는데 역시 이 방법은 세종과 연산의 비교에서 보듯 정치뿐만 아니라 인생이나 세상사 모두에 적용될 수 있다. 이슬람국가들의 국기에 해가 아니라 달이 그려진 것도「밤」일수록 광명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 임금 정조 이산이 수원성을 쌓을 때 신하 한 사람이「성은 견고하면 됐지 왜 아름답게 쌓습니까?」고 묻자 정조는 빙그레 웃으며「아름다움이야말로 성을 잘 지킬 수 있다」고 했으며, 옛날 흉노들은 중원의 강성함이「가정의 단란함과 가족의 행복」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여 그것을 제일 두려워하였다.
로마의 장군 파비우스는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을 상대로 로마군은 수비만 하고 상대방의 소모를 기다리는 전법으로 승리하고, 삼국지의 사마중달 역시 쟁쟁한 제갈공명을 상대로 파비우스와 똑같은 방식으로 하여 싸움에서 이긴다. 모두 인위적(人爲的)이고 가용(可用)적인 것이 선(善)이라는 통념의 부정인 것이다.
옛날사람들은 왜「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봇 하다.」고 했으며,「남 앞에서 칭찬 받기보다는 뒤에서 욕 안 먹는 것이 낫다.」고 했는지 정치인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비단 정치인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새겨들을 말로「육신의 즐거움보다는 마음 근심 없는 것이 낫다.」는 말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소동파는 (대통령)의 국가권력행사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그는「상을 내리는데 의심되는 점이 있더라도 상을 주어야 하니 은혜를 널리 펼 수 있음이요. 벌을 주려는데 의심되는 점이 있으면 벌을 거두라. 형벌을 신중히 하기 위함이다.」고 해 은혜는 베풀수록 좋고 형벌은 삼갈수록 좋다고 하였다.
또 그는「상은 내릴 수 있고 내리지 않을 수 있는데 상을 내리면 인을 베푸는 것이다. 벌은 줄 수 있고 안 줄 수 있는데 벌을 주면 의가 지나친 것이다. 지나치게 인을 베푸는 것은 군자의 행동에 어긋나지 않지만 의가 지나치면 잔혹한 것이 된다.」고 하여 인(仁)과 의(義)의 차이를 분명히 하고 (대통령)의 의식을 강조하였다.
우리나라 문제점이 다 대통령 한 사람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상당부분은 그 영향권이라고 볼 것이다. 우리가 대통령의 스타일이나 생각을 중시하는 이유이다. 고계와 같이 인생과 역사에 조예 깊은 대통령. 소동파가 말한 섬세하면서도 치열한 대통령을 우리는 언제나 볼 것인가? 그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2012년 7월 14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