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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엔「정치인」이 없다

무릉사람 2019. 3. 31. 10:06

시민대표 박원순씨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었다. 먼저 축하를 드린다. 이번 선거도 저번의 주민투표처럼교조주의자들의 패배로 귀결되었다. 정치가 지금처럼 요령부득의 사람들에 의해 지배된다면 시대폐색은 계속될 것이고. 나라는 경화될 것이다. 미술기법에서 사실을 그리는 것보다는 귀신이나 유령을 그리는 것이 더 쉬운 것은 상상으로 그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정치도 그것이 맥점인 것이다

 

우리는 동양 최고의 봉건군주라 할 수 있는 중국 당나라 태종 이세민으로부터 역사에서 정치의 진면목을 찾아볼 수 있다. 유사립(劉師立) 이라는 현무문의 정변 때 큰 공을 세운 장수가 모반 혐의를 받았는데 당태종은 그를 대역죄로 처단하는 대신 누명을 벗겨주어 유사립의 충성을 더욱 이끌어내고 대신들의 감탄을 받아낸다. 이렇게 정치는 한 사람을 풀어주어 만 사람을 단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의 정치인들은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데 필요했던 법으로서의 뗏목에 연연하고.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림으로써 지성소의 휘장이 찢겨나갔음에도 그 지성소를 생각하는 모습을 방불케 하고 있다. 여인이 죽은 지아비를 위해 정조를 지키는 것은 지극한 순애의 표시인데 이를 현양하고 표창함으로써 굴레를 만든 것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 개혁가 왕안석은 왕소군을 노래함이라는 시에서 중국의 은혜는 얕고, 오랑캐의 은해는 깊다.고 표현하였는데 이를 반대파 사람들은 국가의식과 민족의식의 부족으로 매도하였다. 그러나 휴머니즘은 인정에 부합하고 민족이나 국경을 넘는다는 점에서 왕안석의 인()은 눈물겨운 것이며, 최명길이 찢어진 항서(降書)를 다시 붙인 것은 명나라에 대한 의리보다는 백성을 생각했다고 볼 것이다.

 

성삼문과 김상헌, 송시열과 사마광이 훌륭하지만 다섯 왕조를 섬긴 풍도나 명종 때의 재상 상진. 왕안석과 최명길이 더 훌륭하다고 볼 것이고, 조선 중·후기 많은 문인들- 박제가나 박지원이 있었지만 소외와 고독한 삶을 산 정약용 보다 못하며, 안중근 의사보다는 일본의 조선 병탄을 나무란 이시가와 다꾸보꾸나 천황폭사를 노린 박열 선생의 정선적 아내 가네꼬 후미꼬가 더 대의를 얻었다고 볼 것이다.

 

정치는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조하는 영역이며, 군자불기(君子不器)에서 군자는 특정한 색깔을 띠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 비추어보면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정치 쪽보다는 법률가나 행정가 또는 기업인이나 역사가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되며 그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길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있다.

 

사람은 자기가 자라고 배우고 익혔으며 또 몸담은 곳을 벗어나지 않으면새로운 눈뜸이란 있을 수가 없어 역시 나사렛 사람으로 치부된다. 사람이 뼈를 깎는 성찰과 끊임없는 자기연마가 없으면 생각이 활달 할 수가 없어서 백면서생이나 영혼이 없는 사람이 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근본보다는 지엽에 매달리고. 시효가 다한 것들을 계속 우려먹는다면 그것은 이 나라 민초들의 불행인 것이다.

 

201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