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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哲人) 대통령」은 환상인가

무릉사람 2019. 3. 31. 10:09

논어에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특정한 모양의)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일국(一國)의 대통령은 두루 알되 편협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오늘날의 대통령의 상()은 지금까지의 제왕적 대통령에서최고의 테크니션또는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그 기능이 점차 옮겨가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인 것이다.

 

정치의 본령이 갖가지 이해충돌을 조절하는 것이고. 타협과정에서의 마찰을 해소하는 의식(儀式)이기 때문에 당연히 철인(哲人)대통령의 출현을 소망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한 섹터나 어느 한 쟝르의 전문가는 작은 국면에 함몰되어 대국을 놓칠 우려가 있다. 정치의 원조(元祖)가 샤만이고 그 역할이 카타르시스 곧 정화(淨化)임을 떠올린다면 평균적인 교양을 가진 사람이 전문가보다는 훨씬 전체를 더 잘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스페셜리스트의 장점이 있고, 효용도 많으나 교조주의, 도식주의, 획일주의 등을 파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며 자율정신과 창의를 진작시키는 것은 역시나 제너럴리스트의 권한이고 사명인 것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겨우 다섯 손가락 꼽을 정도의 철인 지도자를 보았으니 삼국지의 제갈공명.명상록을 남긴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그리고 우리나라의 다산 정약용 선생 정도일 것이다.

 

사람들은 한 나라의 지도자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도자는 악을 응징하고 죄를 벌주는 것이 아니라 악을 선도하고 죄를 용서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것은 장관이나 참모, 또는 비서가 하는 것이고 지도자는 컨셉을 세우고 관념을 제시하는 것이 본래의 역할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을 평가해 본다면 우선 이승만 대통령은 국무총리가 알맞을 것이며 (이하 존칭 생략)

 

윤보선은 교육부 장관, 박정희는 국방부, 최규하는 외무부, 전두환과 노태우는 각사단장, 김영삼은 문공부, 김대중은 통일부, 노무현은 법무부, 이명박은 건설부 장관이 딱 맞지 않나 생각한다. 참고로 최남선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출중한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해 보았는데 국무총리 을파소, 비서실장 이제현, 외무부 서희, 교육부 설총, 국방부 을지문덕, 해군장관 이순신, 감사원장 조광조, 서울대총장 이퇴계 하원의장 이율곡을 꼽았었다.

 

나의 선정에 이의를 달고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도 있겠으나 천고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마천이나 사마광 같은 사가들의 형안(炯眼)에 살아남을 대통령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를 생각하면 더욱이 역대 대통령들이 육당선생이 지목한 사람들을 과연 능가하고 후세에 고전(古典)이 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나의 평가가 그리 인색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다음 대통령은 정치는파격破格이고 반전反轉이라는 비관료적 이치를 터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행운이고 국민들의 복일 것이다. 있을까? 있다면 과연 그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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