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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서울대학교,

무릉사람 2019. 3. 31. 17:00

226일 오늘 서울대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내 집 아이(돈아)2년 전에는 동 대학교를 졸업하였고. 오늘은 같은 장소에서 대학원 졸업식이 있었다. 생각하면 어린아이를 데리고 여름에는 화진포 맑은 바다에서 물장구를 치고, 겨울에는 이번처럼 큰 눈이 오면 향로봉에서 흘러내린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회인으로 나선다니 부정(父情)이 꿈틀대지 않을 수 없다.

 

내 어린 시절은 강원도 오대산 자락이 전부였다. 그때는 새소리와 나무와 냇물을 벗 삼아 땔감나무를 하러 약초를 캐러 부지런히 산등성이와 골짜기를 헤집고 다녔었고. 학교에서는 가장 우쭐댔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강릉으로 서울로 시험을 보러 떠났지만 나는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이 타고 떠나는 버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산골아이의 아이가 자라서 오늘 졸업식을 한 것이다.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가? 기업을 물려줄 아이도 아니고. 특권을 물려줄 아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 여생을 의탁하려는 아이도 아니다. 내게 이 아이는 나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체면을 세워준 아이였다. 그것으로 이 아이는 나에게 가장 큰 효도를 한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족쇄는 이것으로 풀어졌다.

 

이 아이는 운이 좋았으며 국은(國恩)을 입었다. 아들은 제도권 사람이지만 아버지는 그렇지가 못하다. 너는 곧 주류에 편입될 것이고. 나는 영원히 외방에 머물 것이니 나와는 대척관계이고. 대칭일 수밖에 없다. 장강의 뒷물이 앞의 물을 밀어내는데서 우리는 대체관계이고 한시적인간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공통성이 있다. 기억할 것으로 세상에는 와룡(臥龍)과 봉추(鳳雛)라는 말이 암시하듯 경덕궁(敬德宮) 문지기 하던 한명회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질시와 선망의 대상인 학교이다. 세상이 피라미드구조로 이루어졌다면 그것도 질서일 수가 있고, 차이란 것은 보석은 한 개 있을 때보다 여려 개 있을 때 빛나고 아름답다.는 말의 다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하향평준화보다는 상향평준화가 옳을 것이고서울대학교가 그 견인이 되기만을 바랄뿐이다. 아들아. 언제나 빚진 자의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고. 가끔은부자지간 최고의 즐거움은 도의(道義)를 논함에 있다.는 어느 조선 선비의 언급을 잊지 말기 바란다.

 

20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