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大名)을 오래 향유하는 것은 상서롭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름이 나기를 원한다. 나라 안에서든 나라 밖에서든 명성이 자자하고 떨치기를 바란다.「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이의 오래된 바램이다. 그러나 그 이름도 너무 쟁쟁하거나 오래 가면 상서롭지 않다는 것이 옛사람들의 의견이다.
우리에게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로 알려진 두 주인공 오나라의 부차와 월나라의 구천 중에서 구천의 참모로 부차를 죽게 하는 등 오나라를 멸망치킨 범려는 구천이 대업을 이루자 미련 없이 월나라를 떠나면서 이런 말을 한다.「대명(大名)을 오래 향유하는 것은 상서롭지 못하고. 존명(尊名)은 오래 간직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범려는 하늘은 사사롭지 않고. 민심은 믿을 것이 못되며. 천명은 자주 옮긴다는 것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지키는 것이 성공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에 의해서「용병의 귀재」라거나「선거의 여왕」이라는 말들이 속빈 강정과 같고 얼마나 위태로운 말인지도 알게 된다.
시간이 가면 모든 것은 밝혀지고 까발려지며 들추어지고 드러나며, 시간이 가면 때가 끼고 더러워지며, 세월 앞에서는 용도 심연에서 개천으로 나오게 되고 호랑이도 산림에서 평지로 나오게 된다. 누구나 구름 위를 걸을 수 있지만 결국은 땅으로 내려와야 하고. 신화(神話)인줄 알았는데 소설(小說)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범려는 말하지 않았지만 무적함대는 더 처참하게 부숴 지고 상승군은 더 처절하게 궤멸되며. 도취가 극에 이르거나 확신이 극에 이르면 이미 병이 깊었다는 것이다. 너무 고상하고 고귀해도 길함이 적은데, 하물며 누릴 것 다 누리고, 쓸 것 다 쓰고,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서 잘 됐다는 이야기를 나는 듣지 못했다.
2016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