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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AL TRAINING (생존훈련)

무릉사람 2019. 4. 15. 16:50

생활이라는 것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 즉 삶의 질을 따지고 어느 정도 문명화 되었으며 복지와 후생을 상방(上方)으로 수치화 하는 것이라면(사회과학적 접근), 생존이라는 것은 어떻게 존재하느냐의 문제 예컨대 생명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이고 유효한 삶의 조건은 무엇이냐를 밝히는 것(생물학적 접근)이라고 할 것이다.


옛날 산업이라고는 농업뿐인 시대, 근세 이전에는 연명(延命)이라고 표현되듯이 먹을거리를 구하기에 급급하였고, 숱한 전란(戰亂)은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었으며, 가혹한 관의 수탈(收奪)은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런 것들이 자연 재해와 더불어 생존에 있어서 최대의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날로 생활환경이 나아지고 질 높은 생활욕구가 팽배하며 탈중진국(脫中進國)을 거국적으로 부르짖는 요즈음, 시계를 거꾸로 돌리듯 인간존재의 근원적인 문제인 생존을 운위(云謂)한다는 것은 아이러니(irony )하면서 또 하나의 희화(戱畵)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인지(人智)의 발달은 오히려 risk를 증대시켰으니 각종 대형사고나 무수한 공해와 핵전쟁의 공포, 첨단정보시스템에 의한 사생활의 침범 등은 호시탐탐 우리 가족과 우리 사회를 노리고 있다.


우리 모두 예측 못할 대형참사의 위협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9.11뉴욕(New York))참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까닭 없이 미필적 살상(未必的 殺傷)을 당할 수 있다. 이미 자동차는 흉기화 되어 집을 나서기가 겁이 나며, 편리한 L.P.G나 L.N.G는 언제 우리를 날려버릴지 알 수 없다.


급격한 공업화와 산업 폐기물은 각종 공해물질을 배출하여 서서히 우리를 죽이고 있고, 무분별한 물 사용은 물 전쟁을, 많은 한발(旱魃)은 식량전쟁을 촉발할 수 있으며, 교통의 재빠름은 조류독감 등의 대량전염을 가져와 많은 사람들을 신음하게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모든 상품의 bar-code는 인간에게도 적용되어 권력이나 불순한 집단으로부터

감시를 받아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로 전락(轉落)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인간이 발명한 놀라운 소산물로 인해 우리 자체의 생존과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이르렀으며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욱 왜소(矮小)해 지고 나약해 지고 무력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처에 잠복해 있어 표면화 되지 않은 잠재적 살상물로부터 100% 우리가 벗어날 수 없다는데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이고,


오늘 여러 가지 맛난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내일은 무엇으로 스케줄(schedule)을 잡느냐는 들뜬 기분으로 인생을 구가하였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스릴러(thriller)처럼 이제는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최대의 선택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시도 때도 없이 닥치는 각종 재난(災難)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고 내 가족을 지키며 이 사회를 방어하는 길은 무엇인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불행히도 뭇 재앙(災殃)으로부터 우리를 완벽하게 비껴가게 할 수는 없다.

다만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추출(抽出)하여 예측이 가능한 방향으로 유도(誘導)하고, 일어나더라도 가급적 피해를 줄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것이다.


그것은 사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소지를 아예 없애며, 정확하고 치밀한 모의실험(simulation)을 반복하여 탄성(彈性)을 기르며. 모든 사회구조를 인명존중의 기풍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각종공사나 도로교통은 안전을 우선으로 하며, 기업가는 공해제품을 계발하고 정책입안자는 예방하는 것을 시정방침으로 하는 등등(예방의학, 예방범죄).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마지막에는 몇 십만 년 된 유전자 형질인 개인의 준비와 훈련에 달렸다고 본다. 갖가지 가상위협을 상정(想定)하여 생존연습을 하고, 실제상황에서는 기민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어차피 개인의 생존은 궁극적으로 나라도 지켜줄 수 없고 다른 사람도 지켜줄 수 없는 철저한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볍게 본 바퀴벌레와 들쥐의 항성(抗性)이 경이로움으로 다가오고, 앞으로는 어떠한 사태(事態, 沙汰)속에도 살아남는 것이 그 어떤 출세나 성공보다도 화급한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페스트(pest)는 창궐하고, 혜성(彗星)과는 마주보며, 쓰나미(tsunami)는 불시에 덮칠 것이다..

 

-하여튼 우리는 생존훈련을 반복하여 ‘그날 이후(THE DAY after)’의 핵겨울에도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