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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비루하게 만드는 사회

무릉사람 2019. 4. 15. 17:03

일제 식민지 때에는 그토록 지식인들에게 술을 강권하는 사회였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는 경쟁에 따른 보완장치의 미비와  사회적 패자에 대한 배려 없음으로 숱한 사람들을 자살이라는 극한상황으로 몰고 가더니만 이제는 이 사회가 선량한 많은 사람들을 구차스럽게 하고 비루하게 만들고 있다.


날로 치솟는 아파트 값으로 대변되는 양극화는 가진 자는 가진 자대로 없는 자는 없는 자대로 인생을 고뇌케 하고 나라의

존재이유를 하루에도 몇 십 번씩 되묻게 한다. 가진 자는 토지의 유무 아파트 평수의 크기에 따라 웃음의 모양이 다르고, 없는 자는 불온한 사람으로 비추이고 이 체제에 대한 마음이 흔들린다.


올곧은 가장은 가정에서 이유 없이 주눅이 들고,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위신을 사정없이 구긴다. 조신한 아내는 그녀 동창들의 부동산 무용담에 마음 상하고 번쩍 삐까 과시욕에 행색이 초라해 진다. 누가 이 필부필녀들을 작게 만들고 기죽게 하는가? 누가 이 선남선녀들을 부동산이나 돈에 옭아매서 땅을 상전으로 삼게 했는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저마다 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돈을 혐오하고 백안시 하는 것도 안 되지만 돈을 최고로 알아 우상으로 삼는 것은 더 더욱 안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돈 못지않게 자랑스럽고 훌륭한 것들이 많은데 왜 유독 이 사회에서만은 돈이 사람위에 있고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하고 돈으로 귀결 되는가.


흥하는 나라나 민족을 보면 실질강건하며 돈보다는 도덕성이 찬양되고, 예술과 문학 등의 문화가 꽃을 피운다. 훌륭한 나라는 사람을 돈이나 물질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의와 도덕적 기상이나 인류의 지고한 가치인 명예나 신의 책임감 등으로 움직인다.


아름다운 나라는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적인 것이나 5공을 능가하는 3s(스포츠 섹스 스크린)로 시민들의 정신을 마비시키지 않고 연줄이다 코드다 갖가지 명목의 뇌물을 바쳐야만 입신출세할 수 있어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의기를 꺾지 않는다.

모두 도연명(陶淵明)이고 원천석(元天錫)의 마음이라, 그들은 돌아갈 전답이라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 사회의 사람들은 쓸개를 씹는 기분이다. 주변머리 없고 빌붙지 못하는 사람들은 난감함에 어쩔 줄을 모른다. 돈이 없어도 사바사바를 못해도 경원(敬遠) 당하지 않고 사시(斜視)로 뵈지 않고 홀대(忽待)받지 않는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침묵하는 많은 사람들을 무지렁이로 알고, 뜻 있는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

사회는 이미 사회가 아니다. 공멸과 쇠락만 있을 뿐이다. 독서인과 교양인을 국사(國士) 대접하고, 사람을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나라는 황제에게나 국경일에서의 그것이 아닌 진실한 의미의 만세 삼창을 받을 자격이 있다.

  

2006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