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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 사는 사람

무릉사람 2019. 4. 23. 21:22

이따금씩 이런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서 가장 잘사는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요즘말로 하면 best well-being에 대한 물음이다.

 

또 가끔씩 이런 생각도 해본다. 가장 오래 살은 사람은 누구일까 하고, 모든 사람이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100년 120년 사는 것이 과연 장수라고 볼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이 물음에 나는 85평 이상의 아파트에서 연봉 10만불 정도에 벤츠s600정도를 몰면서 고급문화를 향유하며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본다. 또, 잔병치레도 없이 재해도 없이 큰 잘못도 없이 100세 전후를 산다면 사람으로서의 수명을 죄다 누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잘 살수 없고 누구나 다 오래 살 수 없기 때문에 자비롭고 공명정대한 하늘이 우리 인간이 아는 수준이나 우리 인간이 취하는 방식에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쉽고, 누구에게나 공개되며, 누구나 수긍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어 농땅을 얻으면 촉땅을 얻으려 한다하고, 아흔 아홉 섬을 가진 부자가 한 섬 가진 자의 것을 취하여 100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임을 생각하면 잘산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정형화되고 도식적인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사람으로서가 아닌 짐승으로서의 삶은 아무리 세수를 거듭한다 해도 결코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는 대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잘살고 오래 사는 것은 무엇이라고 봐야하나? 나는 그것을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오늘에게만 충성하는 사람」 「오늘이 충일되고 충만한 사람」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세상이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것임을 감안하면서 전진할 때와 후퇴할 때를 알고, 어느 때는 대단하게 또 어느 때는 대수롭지 않게 세상을 보면서 오늘을 착실하게 사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불경 백암록에 보면「오늘이 가장 행복하고 오늘이 가장 귀중하고, 오늘이 가장 절정의 날이고, 오늘이 생애의 전부인 날이라」하고,「내가 사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라는 말도 있어 오늘은 몇 번이고 사무치도록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다. 우리나라 상여 나가는 소리에 「문밖이 저승이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날에 딱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다리, 지하철, 백화점, 비행기 등 현대 문명의 총아들이 어느 것 하나 안전하지 않고 도처가 지뢰밭이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내일은 빗나가기도 하는 예측되는 날이고, 어쩌면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 될 수 있으며, 지금 의식하고 있는 여기가 나의 무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이 존귀하고 위대한 것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꾸준한 건강관리와 눈부신 의료기술이 노화를 더디게 하고 난치병을 고치고 수명은 연장시켜 주기는 하나 결국은 죽기 때문에 오늘이 더욱 애틋하고 호소력이 있으며 아름다운 것이다.

동물들이 사람보다 오히려 오늘을 더 만끽하고 오늘을 향유한다면 인간은 배워야 할 것이다. 생각하면, 인생이 부지런히 100년을 산다고 해도 짧고, 「내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장강의 무한함을 부러워한다.」는 것은 방종이나 안일을 경계한 것이리라.


인생은 연습이 없고, 다시 시작할 수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잘 살고 오래 사는 비결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인데, 직접체험은 한계가 있음으로 그 대안으로 독서와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이다. . 몸이 아프거나 때로는 권태를 느낄 때 또는 앞이 막막할 때 나도 사람이라 편히 쉬고도 싶고, 현실로 도피하고도 싶다. 그러나 이목구비가 반듯하며 사지가 멀쩡해 가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열심히 사는데 이러한 생각은 사치요 허영인 것이다.

 

매일 아침잠에서 깨어나면 충만한 기쁨으로 시작하자. 힘들고 피곤할수록 나의 때도 짧고 인생의 때도 짧음을 기억하자. 그리고 매일 3가지를 실천하자. 첫째, 매일 착한일 1가지씩 하자. 둘째,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말자. 셋째, 자비의 마음을 항상 갖자. 낮과 밤으로 이보다 더 좋은날이 없도록, 매일이 좋은 날이 되도록, 눈물, 콧물 흘리며 알뜰살뜰 살아보고, 손바닥 발바닥으로 닦아보고 또 닦아보자. 호의호식하고 100년을 산 것이 꼭 좋은 삶이 아닌 것을 알았다면 오늘을 돕고 오늘에 나를 맡기는 것이야 말로 가장 역동적이고 박진감 있게 사는 것이 될 것이다.

 

모란이 피든 피지 않든 종달새가 울든 울지 않든 오늘이 그 날, 일본의 어느 시인이 읊은 「내 전 생애가, 오늘 아침 핀, 저 나팔꽃 같구나!」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다면 내 인생은 합격권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오늘에 충만하다가 어느 날 공자의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으니라.」는 말이 머리에 떠올라 정신이 맑아진다면 나는 도(道)의 길을 한창 걷고 있는 것이다.

 

2004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