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세상도 달라 보인다
역사를 보게 되면 이름이 없다거나 그냥 묻힐 것이 후세인에 의해서 발굴되어 이름을 얻거나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로제타 스토운의 상형문자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 참여한 샹폴리옹이 없었다면 해독이 안 되었을 것이고,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대서사시도 슐리만이라는 고고학자의 집념이 없었다면 한낱 전설로만 남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으니 그중의 하나가 조선 정조 때 때 어느 문인이 말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이다. 이 말이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봉건 왕조시대의 사람이 「사랑의 힘」을 정확히 파악하였다는 것이다.
사랑은 역시 어느 한 지역 어느 한 민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역시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이고, 세계성이라는 가치를 가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인식의 전환」 또는 「역발상」을 말하지만 사랑만큼 세상을 바꾸고 바로 보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를 말한 선인은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하고는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나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랑의 마음으로 볼 적에 추한 것도 아름답게 보이고. 못난 것도 예쁘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추(美醜)의 구별은 인간의 관점이라는 것이고, 사람이 애정을 갖고 세상 사물을 보면 모두 사랑스럽다는 인식의 확대도 되는 것이다.
내 경우에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청년기까지 살까지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싸움을 많이 했다. 그러나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싸움이 계기가 되어 싸웠다하면 친해졌다. 싸움이 그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그 후론 단점은 작아 보이고 장점은 크게 보여 사랑에 눈멀었다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윈저공이 심프슨부인을 사랑하여 왕위를 내놓을 정도로 왕위가 가볍고,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대표되는 청춘남녀의 사랑에서 죽음도 기꺼이 맞을 수 있다. 이릉 장군에게 애정을 갖고 변호한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고, 형가를 아끼는 고점리는 진나라로 그를 보내며 머리카락이 관을 찌를 정도로 비장하다.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것은 그동안 감추어졌던 것을 비로소 안다는 것이고,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새로이 또는 바로 안다는 것이고, 모양이나 형태의 배경을 안다는 것이고, 눈과 눈, 마음과 마음으로 안다는 것이다. 사랑은 사람의 눈을 심안(心眼)이 되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심미안(審美眼)을 갖게 한다,
-사람에게 사랑의 마음이 없으면 결코 미의식이 높을 수가 없다.
2004年 5月 25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