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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과연 공정한가.

무릉사람 2019. 4. 25. 08:37

사람이 살다보면 지식보다는 지혜가 더 위대함을 알게 되고, 지식인은 많으나 지혜 있는 사람은 적음도 알게 된다. 따라서 애지(愛知)나 호학(好學)은 소크라테스나 공자나 할 말인 것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공정(公正)한 하늘을 찾았다. 왜? 일찍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수하는 사람이 있고, 고생만 하다가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을 호의호식하다 죽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은 두 가지를 한 사람에게 주는 경우가 좀처럼 없고, 한 가지를 줘도 인색하게 주고,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거나 잃게 된다.


왜, 그럴까? 우리는 「천재는 요절(夭折)하고 미인은 박명(薄命)하다」는 말을 한다. 요절했기 때문에 더 천재적이 되고, 박명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것이 하늘의 뜻 아닌가.


너무 재주가 많으면 하늘을 몰라볼 정도로 무례하고 방자할까 염려하기 때문이고, 세상의 시샘을 받아 하나라도 온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생명까지 보존하지 못할까 걱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이란 고기 덩어리를 문 개가 물에 비친 또 다른 개의 고기 덩어리를 빼앗고자 하다 입에 문 것마저 놓쳐버리는 개와 같아 터무니없이 제2 제3의 것을 얻고자 하다 가진 하나마저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니던가.


만약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이미자(李美子)가 얼굴마저 예뻤다면 과연 오늘날까지 인기가 있었을까? 만약 작가가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치열한 작가정신이나 자유분방한 산문정신(散文精神)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세상에는 뚫을 수 없는 방패와 무엇이든지 뚫을 수 있는 창이 병존할 수도 있고, 병립할 수도 없다. A를 취함으로써 이와 맞먹는 B를 버리거나 잃고, A가 찬란할수록 B의 분루(憤淚)는 강하고, A가 우뚝 설수록 B는 숨을 곳조차 없다.


하늘이 재능을 2개 이상 주지 않고,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 것은 그 하나, 하나가 모두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금 고통이 심하지만 더 큰 고통이 올 수 있음도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이나 잘 아끼라는 것이고. 그것마저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것이다.


2004年 7月 11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