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람은 과연 언제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람은 과연 몇 살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바꿔 말하면 사람은 언제까지 또는 몇 살까지가 사랑의 감정이 유효한 것일까? 이성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 즉 이성으로부터 오는 마음의 흔들림과 균열은 인류의 생육조건이면서 많은 역사적 사건들의 원인이었고 영원한 문학적 소재였다.
왜 청춘이 아름다운가. 도전정신과 패기가 넘치고 순수하기도 하지만 이성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이 가장 왕성하기 때문이다. 왜 노년이 쓸쓸하다고 하는가. 번득이는 정신과 긴장된 근육이 없기도 하지만 이성에 대한 환상이 엷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에 때가 있어 젊은이만의 전매특허도 아니려니와 경계가 있어 늙은 사람은 그 선을 넘을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록 늙었지만 아직 사랑의 감정이 식지 않았고 사랑의 상상력이 빈곤하지 않다면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역사에 남는 옛 사람들의 사랑은 본보기 되며 그들의 사랑 법을 앎으로서 오늘날의 사람들도 많은 시사(示唆)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미국 100달러짜리 지폐의 인물이자 외교관이고 제퍼슨을 도와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하였으며 과학자로써 피뢰침 등을 발명하였는데, 그의 나이 75세 때 파리에서 37세의 러시아 예카테리나 다쉬코바 공작부인을 만났다. 다쉬코바 공작부인은 예카테리나 여제(女帝)의 측근으로서 계몽주의에 심취하였고 러시아 한림원을 창립하였으며 러시아 학술원의 총재가 되기도 했고, 러시아어 표준사전을 편찬하기도 한 러시아의 대표적인 지성인이었다,
이런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바로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보통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보면 고개를 들어 다시 쳐다보고, 젊은 여자는 의례적으로 늙은 사람을 대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프랭클린은 1789년 다쉬코바 공작부인에게 미국 철학협회에 가입하라고 간청하였는데 그것은 결코 예사롭게 볼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직접 만난 것은 그때 딱 한 번뿐이었지만 그 후 오랜 세월에 걸쳐 두 사람은 애정이 가득 담긴 편지를 서로 주고 받았다.
육유(陸游)는 중국 남송시대의 애국시인이다. 그는 20세 때 외사촌 누이 당완을 사랑하여 결혼하지만 3년 여 만에 모친 당씨의 강권에 의해 당완과 헤어진다. 그의 나이 27세 때 옛날 당완과 몇 번 갔던 심원(沈園)이라는 정원에 가게 되고 거기서 우연히 당완과 그녀의 현재 남편을 만나게 된다. 당완을 만난 그날 육유는 비탄과 상심에 걷잡을 수 없어 심원의 담장에 채두봉이라는 시를 남기게 되고 얼마 후 이를 본 당완은 애절한 답시를 역시 남기지만 당완은 육유를 만난 다음 해 병으로 세상을 뜬다.
나중에 당완의 죽음과 당완의 시를 안 육유는 가슴이 찢어졌고 죽을 때까지 그녀를 못 잊어했다. 세월이 흘러 나이 75세 때 다시 심원을 찾은 육유는 옛일을 떠올리곤 감정에 복받쳐 시를 읊는다.
꿈은 끊어졌지만 향기로 남으니 사십년 夢斷香銷四十年
심원의 버들도 늙었는가, 솜털도 날지 않네. 沈園柳老不飛綿
이 몸은 죽어 회계산의 한 줌 흙이 되겠지만 此身行作稽山土
아직도 그대 발자취 찾아보고 눈물 흘리네. 猶弔遺蹤一泫然.
이렇게 프랭클린과 육유는 감정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생각한 나이였지만 아직도 사랑의 감정은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사막의 와디처럼 때만 되면 봇물처럼 넘치는 것이었다. 그것은 결코 부끄럽거나 어색하거나 겸연쩍은 것이 아니었고, 그 흔한 상투적인 말 「고목에서 꽃이 피고」「늙은 생강이 더 맵다.」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인정(人情)의 자연스러운 발로였고, 사람은 누구나 나이와는 상관없이 사랑하고 싶어 하고 사랑 받기 원한다는 표시였다. 그것은 한 이성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한 인간을 사랑하는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인류를 사랑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었다.
또 사랑의 화살은 늙었다고 비켜가지 않기 때문에 익애(溺愛)라는 바다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고 늙은 사람도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질풍노도의 사랑이 아니라 은은(隱隱)하면서도 표표(漂漂)한 사랑이고 그렇기 때문에 빛나기는 하나 반짝이지 않는 사랑인 것이다.
2020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