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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렬」의 잘못된 선택

무릉사람 2020. 12. 18. 18:11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2개월의 결정에 대해 윤석렬 총장은 이에 불복하여 헌법상 법치주위 원리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서울행정법원에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동시에 그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징계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고 집행정지 신청도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과연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각자 보는 관점에 따라 의견이 다를 것이다. 나는 윤총장이 어느 쪽이 주장하는 것처럼 검찰공화국의 수장인지 아니면 다른 어느 쪽의 주장처럼 정의의 사도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백번 양보하여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부분적으로 흠이 있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검찰총장을 비롯한 장·차관 등의 진퇴는 우리네 보통사람들하고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개진한다.

 

첫째, 이번 윤총장의 제소는 앞으로 더욱 정치의 사법화를 부추길 것이다. 가뜩이나 타협과 절충을 색안경으로 보는 풍토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것도 법원에 가져가 그 판단을 받으려는 것은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법의 시녀를 자처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찌하든 일개 판사 한 두 사람에 의해서 국사가 휘둘리는 것은 너무나 우려할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인간 대통령 한 사람이나 인간 검찰총장 한 사람은 가벼울 수 있으나 대한민국의 대통력직이나 검찰총장직은 지극히 무겁기 때문이다.

 

둘째, 검찰총장을 비롯한 장·차관 등의 진퇴는 법 규정을 따지고 법조문을 들이대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법기술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예는 서인에 미치지 않고. 형벌은 사대부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날로 해석하면 알반 시민이나 하위직 공무원의 거취는 법 규정을 운위하고 적극 원용할 수 있어도 고위공무원의 경우에는 정무적·도덕적 판단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이 정신을 굳게 지켰다. 오늘날이라고 해서 이 정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무리 불리해도 다투지 않겠다는 정신이야 말로 오늘날 고위 공직자들의 처신인 것이다. 이럼으로써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책무를 다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는 오래된 말이 있다. 자주 바뀌는 제도나 문물이 아니라 근원적인 인간성에 대한 통찰이다. 인격과 인품이 담겼다고 할 수 있는 말이다. 세상에는 인간경영도 못하면서 세상경영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를 알아주고 임명해 준 사람에 대한 인사는 부박한 세상에서 미덕중의 미덕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재가가 끝난 상황에서 그것을 뒤집겠다는 것은 국가기강은 빼놓더라도 불손이고 배은망덕인 것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옛날 자식이 부모를 간해 부모가 응하지 않으면 울면서 따랐고. 신하가 군주에게 간해 군주가 응하지 않으면 군주를 떠났다. 그리고 오늘날 사람처럼 자기 조직을 떠나도 먹는 물에 침을 뱉지 않았다. 앞서 검찰의 위기 때 용단을 내린 전직 겸찰종장들은 기개가 없어 박차고 나간 것이 아니다.

 

넷째, 누가 어떤 직을 맡고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당연한 것이다. 검찰총장이 외풍을 막아주고 정의를 세우는 것은 중차대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시무를 아는 자가 준걸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역사적 합리성이란 말도 있다. 지금은 패배하지만 나중에는 이기게 되고, 돌아갔는데 바로 가는 것보다 빠른 경우도 있다.

 

세상에는 대치될 수 없는 사람도 없고. 때를 기다려야만 될 수 있는 일도 많다. 필연인줄 알았는데 우연이고. 우연인줄 알았는데 필연이었다. 운명을 받아들일 때 세상은 다르게 보이는 법이다. 마치 생과 사가 갈렸으니 가사이다.라고 말하는 평강공주의 말에 온달의 관이 움직인 것처럼.

 

소리만 요란하고 책임은지지 않는 세상에서 굳이 책임이라면 국력을 소모시켰고, 개혁의 장애가 되었으며, 수구 기득권세력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 간 태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하지 않는가. 검찰총장이라 법 지식은 해박하겠지만 세상에는 법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들도 많이 있다. 법이 만능은 아닌 것이다.

 

2020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