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쏘시오패스」들이다.
나는 어렸을 적에는 소설이나 위인전 등을 읽고서 정치인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성장하면서 산산이 부숴졌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서 전반부보다도 후반부를 흥미진진하게 읽고 그렇게도 경세제민(經世濟民)이나 제폭구민(除暴救民)이라는 말에 푹 빠진 나를 돌아서게 한 것은 정치인들의 그간 식언과 막말, 내로남불식 행태에서 인간이라면 저럴 수 없다는 인식이 가슴속에 자리 잡은 뒤 부터였다.
거기에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기간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부부가 이재명후보에게 「쏘시오패스」라고 말한 것이 결정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굳혀주었다. 원희룡부부는 그간 한국의 정신과 의사들이나 언론의 금기사항을 얼떨결에 발설한 것이다. 나는 원희룡부부의 말에서 오랜 세월동안의 정치인에 대한 의혹이 말끔히 풀렸고, 왜 한국의 정치인이 국민으로부터 지탄받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것은 한국인의 정치인은 죄다 「쏘시오패스」였고. 「쏘시오패스」라는 것이다.
쏘시오패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고 나온다. 인격장애로 싸이코패스와 다른 점은 싸이코패스는 자기의 잘못을 인지 못하나 쏘시오패스는 그것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그간 애꿎게 누명을 쓴 것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잘못된 명제로 국민은 제대로인데, 정치인에게 치명적 결함이 있었던 것이다.
중국 청나라 말기의 학자 이종오란 사람이 쓴 후흑학(厚黑學)이란 책에는 「역사의 크고 작은 뭇 영웅들은 모두 낯짝이 두껍고 속내는 시꺼먼 사람」으로 나온다. 한비자는 「군주는 위엄을 갖추고 신하와 백성을 위협하여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여우의 교활함과 사자의 난폭함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누구나 이중성을 갖고 산다고 할 수 있지만 이 말들은 보통사람 이상의 사람만이 정치를 하고 권력을 가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바로 쏘시오패스의 전형(典型)인 것이다.
영국왕 헨리 8세가 부인 둘을 참수하고. 명태조 주원장이 호유용을 비롯한 개국공신들을 도륙하고, 스탈린이 혁명동지 트로츠키를 멕시코까지 쫓아가서 척살하고. 히틀러가 유대인을 홀로코스트하고, 박정희가 인혁당 관계자 8명을 대법 판결이 난지 18시간 채 안 되어 교수형에 처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공갈치고, 러시아 짜르 이반 4세가 태자인 아들 이반을 쇠 지팡이로 쳐 죽이고. 조선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갇혀 죽이는 것 등은 멀쩡한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쏘시오패스들이나 하는 만행(蠻行)인 것이다.
정치란 앞에서 보면 가치를 지향하거나 형성하는 것이지만 뒤에서 보면 술수와 궤변의 덩어리다. 배은망덕하고. 배신을 밥 먹듯 하고, 어제의 말과 오늘의 말이 다르다.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됨을 모르고. 사물이 극에 달하면 돌아서거나 사람의 입장은 오늘이라도 뒤바뀔 수 있음을 모른다. 지독한 독선(獨善) 으로 내가하는 것은 언제나 옳고 상대방은 언제나 그르다. 나쁜 신념으로 늘 꽉 차 있고, 능청 떠는 것은 남이 따라올 수 없으며. 1,000의 얼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정치판의 축약이다.
정치는 자기최면을 해야 하고. 확증편향이 강해야하며, 뻔뻔스럽고. 그 위에 권력의지까지 가져야 한다. 나는 인성(人性)이 가장 거칠고 피폐한 사람이 정치인이라고 본다. 이것은 정치의 속성이 인성을 망가뜨린다고 할 수도 있고 인성이 문제인 사람만이 정치를 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늙거나 죽을 때 가장 인생무상을 느끼고 후회막심한 사람도 정치인일 것이라 짐작한다. 우리는 불행히도 예부터 이런 사람의 지배를 받는 얼토당토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옛날 요임금이 임금 자리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자 못들을 말을 들었다며 귀를 씻은 허유와 그 귀 씻은 물마저 더럽다며 상류로 소를 몰고 간 소부를 그냥 평면적으로 이해했는데, 이제는 그들이 「인두겁의 쏘시오패스로 살지 않겠다.」는 인간선언을 했음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2022,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