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마지막 남길 말은
‘어떤 사람의 근본적인 본성과 그가 죽으면서 남긴 마지막 말은 항상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일치한다.’는 말이 있다. 운명하기 전의 마지막 말이 한 사람의 결정체이면서 총평일 수도 있다는 것이고, 전체 삶과 유리될 수도 없거니와 거짓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위인전을 꽤나 재미나게 읽었고, 그 영향이겠지만 장르상 (사람)의 평전(評傳) 읽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특히 이순신장군과 넬슨제독의 마지막인 말인 ‘싸움이 급하다.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와 ‘나의 임무를 다 하였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는 기억력이 쇠퇴한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마치 눈앞에서 실제 장면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사상 많은 유명 인사들이 마지막 말을 남겼다. 몇 마디 말뿐만 아니라 자만시(自挽詩), 절명시(絶命詩), 임종게(臨終偈) 등의 형식으로. 대충 성삼문, 조광조, 허난설헌, 이언진, 황현의 절명시를 읽어보거나 맹상군, 항우, 도연명, 육유의 자만시를 읽어보면 그들 삶의 궤적과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매처학자(梅妻鶴子)의 임포와 작교선(鵲橋선)의 진관 자만시는 못 읽어봤다.
석가모니는 세상 모든 것은 부질없음을 깨우쳐주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태어나는 것들은 덧없다. 결국은 죽는다.’고. 공자는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긴다. ‘지는 꽃잎처럼 현자도 그렇게 가는구나!’라고. 특히 석가와 공자의 마지막 말은 인생의 마지막 계단에 다다른 사람들을 깨우쳐주면서 그 무게감을 더 한다. 정신의 큰 산봉우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석가의 마지막 말은 최고의 권위자가 평결을 내리는 것과 같다. 석가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보았고, 인간파악에 모든 것을 건 승부사 같기도 하다. 통찰이지만 이미 선험적으로 알았다는 투다. 과연 큰 종교를 창시할만한 눈을 가진 것이다. 석가의 이 말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중생이 집을 나서고 면벽(面壁)을 했던가.
공자의 마지막 말은 석가에 비하면 다정하고 인자하면서도 나약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속절없이 가야하는 아쉬움과 서글픔이 잔뜩 배어있다. 스스롤 결코 낮게 보지 않았던 공자지만 존재의 쇠락 앞에서는 한층 슬픔을 느꼈을 것이다. 지는 꽃잎도 애잔하지만 가는 사람도 애잔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마지막 말은 무엇이 될지 생각해 본다. 나는 성인을 우러러보았고 위인을 존경하였으며 현인을 닮으려 애썼다. 나 같은 범부의 마지막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질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내 성품과 살아온 과정이 스며든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 짐작한다. 그것은 고마움이 가득 찬 몇 마디 말일 것이다.
2024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