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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일은 유행이 아니다.카테고리 없음 2019. 3. 3. 20:43
릴리언 헬먼은 미국의 극작가이다. 그녀는 1952년 미국 하원의 반국가활동조사위원회에 출두하여 좌파 동료들의 이름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받자,「유행에 맞추기 위해 내 양심을 자르고 재단할 수는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우리는 헬먼의 이 말에서 그녀의 도덕적 용기와 훌륭한 품성, 정치적 관점과는 별개로 세계 도처에서 양심과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수시로 침해당하고 있으며,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등 광의의 정부에서 나라일이 주도면밀과 원모심려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유행가나 옷 색깔이나 머리모양처럼 한 때의 자극이나 충동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대통령의 연설이나 국회의 법률제정이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유행을 탄다면 이는 분명 블랙코메디일 것이다. 그 유행에는 권력자의 개인적 감정이나 선호, 취향도 포함되고. 권력기관의 예단이나 억측. 추론만으로 법집행을 하거나 판결을 내리는 것도 해당되며, 국가기관이나 대중이 보이는 것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나「피레네 산맥 이쪽에서는 진리인 것이 저쪽에서는 아닌 것」도 그렇다고 할 것이다.
사람들은 현실을 반영하고 실제와 같은 것이 유행이라고 강변하기도 하나 전자는 철저함과 치밀함이라면 후자는 경향이고 경도이기 때문에 아예 비교 자체가 될 수가 없다. 우리가 나라일이 유행을 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유행에 따르지 못하거나 유행에 맞추지 못하는 헬먼 같은 사람이 많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문학과 예술에서는 사조(思潮)라는 것이 있어「질풍노도」등의 시대가 있기도 하지만 나라일은 이념이 짙을수록 러시아 혁명후의 대학살이나 중국 문화대혁명 같은 참극에 빠질 수 있다. 특히 권력기구 구성원의 계급의식이나 가치관. 자의(恣意)가 법으로 포장될 때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우리는 우리의 정부가 생각과 말이 정의에 기초하고. 엄정하면서 엄중하며, 일관성과 지속성. 향상성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 정부가 하는 일은 아예 반증을 허용하지 않고 반박의 여지가 없으며, 발표하는 모든 것이 국민들이 흔쾌히 동의하고 개연히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의 정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했기 때문에 정정당당한가? 아니면 유행에 민감해서 이리저리 휘둘렸는가? 우리는 일개인을 비롯해서 나라 전체가 유행가 같은 것( 그때만 지나면 낡고 사라지는 것)으로 사람을 단죄하고 징치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2014.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