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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은 고국(故國)이 될 수 있는가?
    카테고리 없음 2019. 3. 10. 12:18

    「조선」은 민초나 서얼들에게 빨리 망해야 할 나라였다. 선조의 어가에 돌팔매질 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예에서 보듯 조선은 사람을 알아주거나 키워주는 나라가 아니었다.

     

    중국 역대 시인들이 가장 많이 읊은 미인(美人) 왕소군은 몽골로 시집을 갔지만 꿈속에서도 고향산천을 잊지 못한다. 봄이 왔지만 봄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자랄 수 없기도(胡地無花草)하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을 두지 못하였기 때문이리라.

     

    미국의 35대 대통령 케네디는 취임사에서 그 유명한 말「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먼저 묻지 말고. 국민이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인지상정에도 반할 뿐 아니라 국가와 개인 간에 맺은「사회계약」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이 말은 상식을 파괴했다는 데서 경청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람도 정이 묻어나는 사람이 있고. 정을 더 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며, 정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나라」도 그러하다. 우리나라가 겨우 홉스의「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리」인 자연상태를 벗어난 것만 해도 감지덕지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일류라는 말이 있고 명품이라는 말이 있다. 명곡(名曲)이 있고. 명시(名詩)가 있으며, 명문(名文)이 있는데 영국(英國 으뜸의 나라)이나 미국(美國 아름다운 나라)이 있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나라라고 넘볼 수 없는 것도 아닌 것이다.

     

    다시 한 번 찾아오고 싶고. 다시 한 번 뒤돌아보는 것이 꼭 유적지나 문화재만은 아닐 것이다.「나라」도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애국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될 것이고. 나라 사랑하기를 내 몸같이 사랑하는 단계까지 이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나라,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나라, 나라에도 영혼이 있음을 알게 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근대소설의 백미로써 춘원 이광수가 지은「유정(有情)」에 보면, 주인공 최석이 또 다른 주인공 남정임을 남겨두고 시베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도중 하얼빈에서 옛 친구를 만나고 그 옛 친구는 최석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지. 하지만 고국에 무슨 그리울 것이 있단 말인가. 그 빈대 끓는 오막살이가 그립단말인가. 나무 한 개 없는 산이 그립단말인가. 물보다도 모래가 많은 다 늙어빠진 개천이 그립단말인가. 그 무기력하고 가난하며 시기 많고 싸우고 하는 그 백성을 그리워한단 말인가. 그렇지 아니하면 무슨 그리워할 음악이 있단 말인가. 사모할만한 인물이 있단 말인가. 날더러 고국의 무엇을 그리워하란 말인가.」라고.

     

    시대는 일제시대지만 어쩌면 오늘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이 나서서 무엇을 하라고 하기 전에. 대한민국을 떠나라고 하기 전에「대한민국」이 먼저 손을 내밀고 진실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워할 것을 쌓아두고, 그리움의 원천(源泉)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다못해「따뜻한 남쪽나라」라도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2014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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