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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와 참새가 어찌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겠는가!」진승이란 사람이 한 말이다. 철벽같은 중국 진나라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진승은 젊었을 때 남의 머슴살이를 한 적이 있다. 진승은 어느 날 동료들과 밭일을 하다가 밭두렁에 앉아 한숨을 쉬더니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다음에 부귀를 얻게 된다면 서로 잊지 마세.」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동료들은「우리 주제에 무슨 부귀타령이냐.」며 진승을 비웃었다.
당시 진승은 깨우친 사람이었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다. 시대의 진운을 안 사람이었고, 갇힌 사람이 아니었다.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본 사람이었고. 세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그를 비웃은 동료들은 스스로를 제한하였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었었다.
그런데 진승 같은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지만 진승의 동료들은 사방에 널려져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가 조롱을 당하고. 마르틴 루터와 콜럼버스가 수모를 당하였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셔야 했고.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야 했으며, 이차돈이 목숨을 내놓고 이탁오가 감옥에서 죽어야 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진승의 동료들이 오늘날에 물때를 만난 것처럼 창궐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 가지 프레임(틀)으로 세상을 보고, 세상은 한 색깔로만 돼 있는 줄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겨우 이데아의 모사품에 불과하며 우리가 보는 세상은 이(理)의 전개양상일 뿐임을 그들은 전혀 모르는 것이다.
진승의 동료들은「안마당에서만 강한 닭」이고.「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며,「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도척의 개로써 요임금을 보고 짓는다.」라고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요즈음 이따금씩 역겨움을 느끼고. 머리가 아픈 것은 나이 탓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보고 싶은 진승은 안보이고 진승의 동료들만 연민의 눈길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매일 진승의 동료들을 본다는 것은 스땅달이 말한 것처럼 귀찮고도 성가신 것이다.
-내 눈은 고상함과 고결함을 알아 볼 수 있다. 나는 한 개의 보석이나 한 가지의 보석보다는 여러 개의 보석이나 여러 가지의 보석이 더욱 영롱하고 광채가 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13 09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