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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에「道」가 있는가?
    카테고리 없음 2019. 3. 21. 23:51

    도(道)란 처음에는 본질. 근원. 진리. 당위의 뜻을 나타냈는데 나중에는 가치체계의 뜻도 지니게 되었다. 처음에는 길이 없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니다보니 길이 된 것처럼 가치도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고 동의하며 지지를 받아 道의 자격을 얻게 되었다.

     

    뭇 가치들 중에서「정의」는 단연「가치의 왕자」이다.「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는 말이나「나라가 작고 백성이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에 정의가 없는 것이 문제」라는 말들은 정의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근자에는「도의 부재(不在)」나「가치의 전도(顚倒)」나「정의의 붕괴(崩壞)」를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한 나라에 道가 없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인간의 태생적 한계(가난. 질병. 재난. 죽음 등)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정신과 의사이자 알제리의 독립을 이끈 혁명가인 프란츠 파농의 말이 없더라도 사람들은 정신적 경계가 침범당하고 위태로울 때에도 상처를 입는 것이다.

     

    道가 넘치는 나라에서는 빈천한 것이 부끄럽지 않지만 道가 사라진 나라에서는 부귀가 부끄러운 것이다. 道가 없는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권력자 앞으로 나아가지만 道가 있는 나라에서는 권력자가 모든 사람의 앞으로 나온다. 道가 있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자기의 뜻을 펴지만 道가 없는 나라에서는 자기의 뜻을 접게 된다.

     

    나라에 道가 없으면 사람들을 광인으로 만든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한낮에 등불을 들고 다니고, 죽림칠현의 완적이 길이 끊어진 곳에서 소리 내어 울며, 조선의 화가 김명국이 술을 마셨다하면 한 번에 여러 말을 마신 것은 도가 끊어진 시대에는 맨 정신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道가 없는 나라에서는 사람으로 하여금「자기비애」나「자기연민」에 빠지게 한다. 윤동주는 그의 시「자화상」에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 속의 사나이를 들여다보면서 미움과 가엾음과 그리움이 교차한다고 읊었는데, 나라 잃은 설움이나 도가 없는 설움이나 같은 것이다.

     

    나라에 道가 없으면 사람들이 비루해진다. 교묘한 말과 짐짓 고친 얼굴을 하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신발앞쪽은 얼마나 망가지고, 불끈 쥔 두 손은 아직도 그대로인가. 이규보가 최충헌의 무신정권에 의탁한 것은 문장보국의 뜻이 있었는가. 윤선거가 병자호란 때 부인과 친구들은 죽었지만 살아남은 것은 후일을 도모함이 아닌가.

     

    道가 없는 나라에서는 하늘에 원한이 사무친다. 우공이 통곡하자 3년 동안 한재가 들고, 추연이 슬퍼하자 5월에 서리가 내리며, 왕거인이 목을 놓고 울자 뇌성이 그치지 않았다. 추사 김정희는「슬픔과 원한을 뿜으면 무지개가 되고. 맺히면 우박이 된다.」고 했고.「죄 없이 죽은 사람의 피는 땅 속에서 3년이 지나면 벽(碧)으로 변한다.」는 말이 있다.

     

    나라에 道가 없으면 후회하는 사람들을 양산한다. 진나라 통일의 일등공신인 이사는 무고를 받아 둘째 아들과 죽으면서「너랑 개를 데리고 고향 東門을 나서는 사냥을 다시는 못하는구나!」하고, 오나라 육손의 손자로 진나라 대문장가인 육기로 하여금「고향 화정의 나무 위를 날아다니는 학들을 이젠 두 번 다시 볼 수 없겠구나!」하게 한다.

     

    道가 없는 나라는 도둑을 부른다. 크게는 사직을 도둑맞을 수 있고. 작게는 옥좌를 도둑맞을 수 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의 마르틴 루터 킹 박사는 암살당하기 하루 전, 테네시주 멤피스의 메이슨 템플교회에서 연설을 했는데,「우리나라는 병들었다··· 하지만 주위가 어두워야만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역설적이지만 킹박사는 道의「비밀의 화원(花園)」을 본 것이다.

     

    201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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