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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의 절정에서 몰락을 생각한다
    카테고리 없음 2019. 3. 29. 21:43

    세상에는 많은 말들이 있지만 권력과 인기의 극치를 누린 사람, 그중에서도 죽기 전에 한 말이고, 그것도 비명에 간 사람의 말이라면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여우는 죽기 전에 제 살던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것처럼 사람도 다를 바 없으며, 새는 죽을 때 소리가 슬픈 것처럼 사람도 죽을 때 착한 말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너와 함께 누런 개를 데리고 고향 상채(上蔡) 동문 밖으로 사냥을 나갈 수 없구나!이젠 다시 고향 화정(華亭)의 학 울음소리를 들을 수가 없겠구나!의 탄식은 그래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착잡하게 하고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킨다. 앞의 말은 중국 진()나라의 승상으로서 환관 조고의 계략에 걸려 같이 허리를 잘리는 둘째 아들에게천하의 법가(法家)이사가 한 말이고, 뒤의 말은 같은 나라 서진(西晉)천하의 글쟁이육기가 반역혐의로 체포되어 참형을 받기 전에 한 말이다.

     

    원효는 사람에게는 모두 여래장(如來藏)이라는 불성이 있어 때만 되면 그것이 솟구치려하며, 유교의 프로테스탄트 이탁오는 권력·물질·견식이 나가면 동심(童心)을 회복한다고 했는데 이들은 때늦게 그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후회막급 했을 것이며 그래서 그들의 말은 더욱 심금을 울리고권력무상」「인생무상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링컨이나 처칠에게는 안타깝지만 히틀러나 스탈린의 경우에는 다행인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은 수양제나 연산군에게는 비극이지만 우리 무지렁이들에게는 홍복인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그리스의 페리클레스 시대를 선택할 수 없고. 동학란 전후의 조선시대를 살 수 없지만 누가 위대하며 누가 추악하고 누가 생볼이며 누가 도살자인지는 안다.

     

    김장생은 비록 예학의 태두로서 조선 노론의 이론적 배경이지만 인조반정 때 그의 문하들인 김류·이귀·신경진에게 부탁하여 폐주 광해군의 목숨을 살려준다. 금나라(여진)가 중화라고 생각하는 원호문은 야율초재에게 부탁하여 몽고군이 개봉의 백성들을 도륙하는 것을 막아낸다. 이 사람들은 국은(國恩)이 무엇인지를 안 사람들이며 권력을 어떻게 행사해야 되는지 안 사람들이었다.

     

    이제 곧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고, 12월 달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어 권력의 대이동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 사람들도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보았고,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가 보았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록 지금 불타는 카르다고를 보며 시름에 젖는 스키피오나 성문 위에 두 눈으로서만 오왕 부차의 몰락을 보는 오자서는 없으나 그들의 지향, 그들의 정신은 오늘도 여기에 흐른다.

     

    20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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