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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인정신(野人精神)으로 산다는 것은
    카테고리 없음 2019. 3. 30. 23:17

    야인이란 삼국지의 공융이나 신라의 최치원과 같이 현실적 세계에 살면서 관념적 세계를 마음에 담은 사람이다. 교양이 높을수록 시대와 반목하는데 그들은 태생적으로 야인인 경우가 있고. 시대와 대척하다보니 야인으로 규정되기도 하였으며, 기꺼이 야인의 길을 택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관념적 세계란 야성(野性)을 간직하거나 야성을 추구하는 세계였다. 그럼 야성이란 무엇인가?

     

    내가 벼슬길에 나갔다면 깨끗한 생활을 누릴 수 없었고 자유롭게 강산도 유람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명리에 얽매이고 생업에만 급급하면 뱁새가 둥지를 떠나지 못하고 박넝쿨이 섶에 얽힌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김시습이나

     

    돈이 생기면 술을 사서 취하도록 마시고 누우면 코를 고니 뇌성벽력이 무섭지 않다. 겨울에는 털옷 여름에는 베옷을 입고 아침에는 범벅 저녁에는 죽을 먹으며 동이에는 양식이 남아있지 않고 상자에는 여벌옷이 없으니 도적이 두렵지 않다. 벼슬길 10여년을 했지만 부귀를 뜬구름처럼 여기며 공명을 신발 벗 듯 하니 금부도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조수(趙須)의 말이 야성인 것이다..

     

    또 야성은 가공이나 정제가 전혀 없는 소쇄(瀟灑)한 것이므로 자연스레 하늘에 닿고 자연에 가까우며 흉중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백제 충신 성충이 죽음을 무릅쓰고 간언하는 것이나 제갈량이 울면서 마속을 베는 것이나 왕산악이 탄금을 하자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는 것이나 깊은 밤 황룡사 뜨락에서 흐느끼는 월명사 피리소리도 야성이 없으며 아예 불가능한 것이다.

     

    로마제국 때 카타콤(지하묘지)에서 예배를 보던 초대 교인, 나라를 맡아달라는 말에 귀를 씻은 허유와 그 물조차 더럽다한 소유와 같은 원시 유가(儒家). 메카에서 메디나로 도망하던 마흐무드. 불법을 얻기 위해 힌두쿠시를 넘어야 했던 법현·현장·혜초 그리고 오늘도 메카를 찾고 갠지스 강을 찾아가는 것도 모두 야성(野性)을 되찾으려는 방법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야성은 징이나 장구 꽹과리 등 우리의 타악기 소리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김동인의 광화사에서 이성을 알기 전 처녀의 눈, 엘리옷의 황무지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기 전의 그 황무지에서 한층 돋보인다.푸른 강낭콩 꽃, 붉은 양귀비꽃또는푸른 대나무, 붉은 단풍은 야인의 마음을 찍어 낸 것이고 빙설(氷雪)과 같고 백옥(白玉)과 같다는 말은 야인의 기상을 본 것이었다.

     

    고운(孤雲,최치원),매월당(梅月堂),자하노인(紫霞老人,정약용)이라는 호에서 그들은 틀림없이 강산풍월(江山風月)의 주인이지만 강산풍월의 주인은 언제나 경계인(境界人)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벼랑가 사람(天涯人)이라 부르는 소동파, 백낙천에 이르면 그것도 사람이 살아가는 한 방법임도 알게 된다. 야인은 몽상가라 시대를 바꿀 수는 없지만 시대에 향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는 것이다.

     

    201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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