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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에게 치욕을 줘서는 안 된다
    카테고리 없음 2019. 3. 30. 23:19

    제주도 강정마을회 사람들이 제주도 도민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을 통해 자신들이 죽음의 낭떠러지에 떨어지기 전에 손을 잡아달라는 호소가 여간 예사롭지 않다. 인류학을 연구하고자 오랫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고국 프랑스에서 날아오는 친지의 부음을 받을 때마다 자신도 죽는 듯 생병을 앓곤 하던 샤르탱은 여기 한국에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물에 수달이 있으면 연못의 물고기가 고달프고. 숲이 우거진 곳에서는 풀이 크게 자라지 않으며, 큰 돌덩이 사이에서는 좋은 묘목이 자랄 수 없는 것처럼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소수의 마키아벨리들이 문제인 것이다. 진짜 마키아벨리는 자기 조국 이탈리아를 위한 충정이나 있었지만 이 땅의 마키아벨리들은 교조주의자들이라는 것이 그 차이점이다.

     

    나라는 국민의 원성을 사지 말아야 하며, 은혜를 주어 나라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야 한다. 잃은 양 한 마리를 찾는 것은 이제 종교의 영역에서 나라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교조주의들은 법 만능주의엄단주의를 외치나 이도 남발하면 오히려 나라의 위엄을 손상시킬 뿐이다. 법은 규제나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장하는 것이라는 법철학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법가는 제갈량 같이 울면서 마속을 벨 때 감동을 주는 것이지 그 칼끝이 남에게 향할 때 진나라를 가능케 한 상앙은 자신이 만든 법 때문에 거열형에 처해지고, 이사는 요참형에 처해지는 자기부정을 당하게 된다. 용산참사가 아직도 생생한데 강압적인 방식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강정마을 사람들을 굴복시키고 치욕을 줘서는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의를 이끌어 내고 승복을 하게 해야 한다,

     

    나는 계속 반복되는 정부의 강압적 태도에서 일제 잔재 세력들을 깨끗이 척결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음을 요즘 더욱 느낀다. 권력을 매개로 한 반인류적 범죄는 정권의 교체에 상관없이 이스라엘이 나치스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재판정에 세우듯 우리도 그렇게 해야 나라의 위태가 아닌 정권의 위태함을 막기 위한 범죄가 불식된다고 생각한다.

     

    중국 당나라를 세운 이연은 돌궐족에게 보내는 글에서 황제 표시인 서()대신 아랫사람을 지칭하는 계()를 썼는데 이는 돌궐병이 장안에 오면 백성들이 다칠까봐 차라리 나라의 치욕을 감수했다. 죽림칠현의 맏이 혜강이나 우리나라의 황진이 무덤에서 곡을 한 임제는 유교에서 성인으로 여기는 탕()과 무()를 가볍게 보았다. 아무리 걸()과 주()가 포악했어도 무력을 사용하여 전복했기 때문이다.

     

    가장 객관적인 가치표준으로 오늘날까지 인정되는 춘추대의는 국권을 농단하는 세력들의 징치는 당연한 것이고 민심은 천심에 우선하며 공중의 의사는 국법을 초월한다고 가르친다. 4.19혁명이나 프랑스대혁명도 처음에는 불순분자들의 소행으로 간주되었다. 거듭 말하지만 민주주의를 하겠다면 민주주의는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20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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