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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카테고리 없음 2019. 4. 4. 21:02
설레는 것은 꼭 청춘남여만은 아닐 것이다. 싱숭생숭한 것은 꼭 계절이 봄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이번 17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가지고 논하며 앞으로 대통령 당선자의 행보와 선택을 바라보는 우리 무지렁이의 심사도 이와 같을 것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이 누구라고 지목하며 전국이 이비어천가로 드높고 푸른 물결이 뒤덮는 기세이지만 역사에서 노무현 현 정부의 공(?)이나 탓이라고 할 것은 보지 않아도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이번 선거와 같이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도 별로 없을 것이고, 「민심이 천심」과 같이 가는 경우도 드물 것이며, 세상 모든 것은 임자가 따로 있다는 말이 불가나 도가에서 괜히 전해진 것이 아님에 놀라게 된다.
내가 보기에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당선자와 그 팀들은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그들은 노무현정부가 국정수행에서 반타작만 했어도 한나라당 경선의 참가는커녕 감히 대통령 후보라는 명함도 못 내밀었을 것이다. 단지 이들은 우연히 2007년 대한민국의 야당 대통령 후보라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보다 적확할 것이고, 누구 말대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을 든 것이고」「호박이 넝쿨째 굴러오는」 경사와 「밤알이 익어 밤송이가 벌어지는」 때의 이로움에 편승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무지렁이들이 무식하거나 도덕성이 마비되었다고 판단한다면 큰 오판인 것이고, 이전의 것은 무조건 틀렸고 새로운 것은 무조건 옳다는 전권을 위임한 것이라거나 음모와 비리의 보수로 회귀하자는 것은 더 더욱 아님을 알아야 한다.
벌써부터 천명은 현 정부에 교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을 우리 모두 공공연하게 알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경선이 본선과 다름이 없어 또 그렇게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지 않을 수 없었고 이것이 「죽느냐 사느냐」 「먹히고 먹히느냐」의 권력 혈전사(權力血戰史)의 이면을 감상하는 방법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최근 외신에서 보도했듯이 「극단적 이상주의」로 뭉쳤었다. 오늘의 미국 부시정부를 낳은 도덕적 근본주의나 이슬람가치를 지향하는 이슬람원리주의와 다를 게 없지만 소성(小成)의 만족과 시야의 좁음으로 자멸한 것이다. 이렇게 이명박 당선자와 그 팀은 상대방의 실책으로 아무 공도 없이 대권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항간의 말이 맞는다면 앞으로 이명박 정부는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유감스럽게도 의욕은 앞섰으나 능력이 따라주지 못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순수하기는 했으나 개혁의 다른 말인 자강(自强)을 몰랐었고. 정치가 서양형으로는 상치되는 이해관계의 조정이고 갈등을 공동선으로 이끄는 예술이며, 동양적으로는 샤만(해원 解寃)의 통로이자 합일의 수단임은 아예 몰랐던 것이다. 야인이나 야당의 입장에서는 아젠다(大義.議題)의 선점이나 이슈(問題.話頭)의 제기가 쉽고 능숙했으나 정권을 잡으면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사려가 깊어야 하며 기품은 양보할 수 없는 것임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이러니 기업도시 행정도시 혁신도시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품격을 생각하고 천박함을 내친 것이며 중국교포들을 비롯한 3세계 노동자들로 인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은 그래서 또 비토를 한 것이다.
아무리 조 중 동이 기획하고 아무리 수구마피아들의 재간이 특출하다하더라도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 아니라면 무망했을 것이며, 인간(탐욕과 향상심)을 이해 못하고 인간(자율과 경쟁)을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뜻이 좋아도 실패한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공 없는 사람들이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는 것을 경계하며. 승냥이를 피하려다 만나는 호랑이가 이 사람들일까 두려워하며. 도덕성이 유난히 실종된 이번 선거에 대해 선인과 악인을 공존시키는 하늘, 그것도 잃어버린 양 1마리를 찾아나서는 하늘의 자세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는 것이다. 이것은 또「남의 재산을 빼앗아도 도적이라고 부르는데 하물며 하늘의 공을 취하여 자기의 공로로 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戰國策-.」며 자기 공을 부인한 중국 진(晋)나라 문공(文公)의 신하인 개자추(介子推)의 말이 오늘 우리의 눈빛이 되고 미소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 자리가 어떤 자리이고 어떤 위치인가? 요(堯) 순(舜) 우(禹)의 덕스럽고 당태종 조선의 세종대왕 같이 현명한 군주들이 선정(善政)을 펼치고도 미흡하게 생각한 자리이며, 이자성(명을 멸망시킴) 홍수전(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킴) 홍경래 전봉준이 목숨을 걸고 타도하려는 악정(惡政)의 본산이 아니던가? 처음에는 전임자와 반대쪽으로만 해도 되나 사람들은 바로 그것조차도 아우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마침 교회의 장로님이니「사람이 무엇이관대 나를 이토록 생각하시나이까!」라고 고백하는 옛 이스라엘의 다윗 왕처럼 지극히 낮은 자세에서 국정의 단서를 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5년 뒤 우리 국민들의 선택은 옳았음을 증명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끝으로 정치에도 행운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행운을 빈다.
2007년 1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