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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이 필요하다.카테고리 없음 2019. 4. 6. 15:22
산천은 무한하나 사람은 유한하기 때문에 인간세계에서 불평등이 생기는 것이다. 인간의 사적자치를 존중하고 창의성을 장려하기 때문에 계급이 생기고, 치자와 피치자로 나뉘며, 계급간 계층간의 충돌이 생기고 각종 모순이 나타나는 것이다. 인간의 지력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세련되고 우아한 정경을 떠올리나 세상은 반대로 첨예한 경쟁을 해야 하고 치열한 쟁투를 벌여야 한다. 산업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전할수록 아이러니컬하게도 짐승의 세계를 닮아가니 그것이 신자유주의이든 세계화이든 글로벌스탠더드이든 이름이야 어떻든 승자독식구조이며. 소수독점체제란 것이다. 지금은 20ː80을 이야기하나 조만간에는 5ː95의 구성비가 될 것이라고 다들 말하고 있다.
앞으로는 춥고 배고프고 헐벗은 군상들이 떼 지어 있는 반면. 주지육림 속에 파묻히고 아방궁 같은 집에 살며 옛날 천승의 제후가 부럽지 않아 사람들의 시중을 받는 소수의 사람으로 대별될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배와 저항은 필연성으로써 우리가 아무리 「기회의 균등과 부의 균점」 같은 부처님 같은 말을 해도 한 번 방향을 정한 것을 되돌리지 못하는 것은 물질의 세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통용 된다. 경쟁에서 탈락하고 그룹에서 낙오된 사람들은 처절하고 비상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회적 마찰이 있을 것이고 충돌로 영일이 없을 것이다. 이때 사회 상층부 사람들의 각성과 역할이 필요하고 막중한 이유이다.
서양에서는 일찍이 「높은 신분의 도덕적 책무」라고 귀족들이 솔선수범하여 평민들의 존경과 지지를 받는 전통이 있었고 1,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귀족자제들이 많은 생명을 바친 것은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들이 특권계급이 되고 상류사회를 형성해도 이의가 없고 반감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권리와 의무는 정비례 한다」는 생각에 너무나 투철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회장이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보여주는 자선사업이나 기부문화는 왜 미국이 세계를 리드하는가를 보여주는 실례이며 막강한 힘은 도덕성에서 나오는 것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어제 뉴스를 들으니 땅에서 번 돈을 기꺼이 쾌척하는 美人이 있어 우리를 고무하고 있다.
세상에는 옛것이라고 해서 다 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배층인 식자층의 선도적 자세와 모범적 태도이다. 우리나라에도 서양식의 그것이 있었으니 임진왜란 때의 조헌이나 곽재우 같은 의병장들은 물론이요. 한말 때의 유인석. 최익현. 황현 그리고 헤이그 밀사 3인이나 민영환공은 두고두고 우리의 자랑인 것이다. 그 의기가 일제강점기에 의해 끊어지고 6.25이후의 급격한 사회적 변동으로 인해 아주 자취를 감춘 것이다. 오늘날 모두가 개탄하는 상층부의 타락과 도덕불감증은 전통이 없고 규범을 확립하지 못한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다른 나라들 보다 갖가지 정변이 잦고 개인의 부침이 심하다. 「흥망성쇠가 무삼 하다.」는 우리의 처지를 나타내는 영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급격한 산업화는 부자들을 양산하였으며 교육의 확대는 관료집단을 배출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이른바 우리가 말하는 「뼈대 있는 집안도 아니었고, 기개 있거나 기품 있는 집안」도 아니었다. 줄을 잘 섰고 정보를 선점했고 운이 좋은 것 뿐 이었지 도학이나 품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각개약진이었고 인간의 탐욕성에 그저 따른 것이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나 군웅할거시대에 통하던 것은 시대가 바뀌고 질서가 잡히며 안정이 되면서 상층부의 윤리와 고급문화에 대한 수요가 생기며 차별성을 갖기 시작한다. 그동안 상층 하층 할 것 없이 진흙탕에서 똑같은 것을 가지고 싸웠기 때문에 서로를 능멸하며 경멸하였다. 이러니 정당성과 도덕성, 권위나 책임의식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승복과 동의 대신 허세와 비례나 강제와 굴종만 남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실체를 인정하고 서로 간에 절충과 타협을 해 상층부는 명예와 영광을 갖는 대신 헌신과 봉사가 트레이드마크가 되어야 하고 하층은 상층에로의 진입기회가 보장되며 범부로써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를 인정받을 계제인 것이다. 환언하면 서민들은 그들이 일제시대의 재산이든 각종 개발로 돈을 벌었든 협잡과 아부로 돈을 벌었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그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처신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성폭행을 비롯한 각종 파렴치범죄는 그들에게 관용이나 아량을 베풀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최대한 순응하는 것이 순리이며 선이고 가장 효율적이다. 사람들의 이기심을 조장하고 명예심을 북돋아주며 향상심을 길러주는 것이 주가 되는 사회가 이상사회인 것이다. 나는 명문학교 명문이나 명가의 집안. 일류의식. 고급지향. 상류의식 등이 인간을 기품 있게 하고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이름이나 가문은 인간의 소속감과 명예심을 충족시켜주는 원천이다. 이를 계발하고 표창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나라처럼 문예부흥을 시키는 집안이 나와야 하고 전쟁이 나면 앞장서서 싸우는 동문도 있어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집안을 걸고 학교를 걸며 고장을 걸어 자선사업도 하며 정치도 하는 것을 바란다. 식자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등만 유독 부르짖는다고 비아냥거리나 그것은 그만치 이 땅에서는 갖은 압제와 수탈이 있었다는 증거이고 평등사상에 투철하여 인간의 소중함을 알았다는 증명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질을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상향으로 전이시키는 사회적 컨센서스와 지도자의 역량일 것이다. 이번 한화 김승연회장의 폭행사건은 아주 애석한 일로써 단순한 부유층이 상류층으로 전화되고 상류사회의 가치를 무엇인가를 모르는 데서 나온 우행인 것이다.
상류층은 조선의 사대부들의 행실을 다 추종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에도 유효한 인고와 겸양과 품위. 온화함과 금도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비록 연암선생의 양반전이 해학적이기는 하나 거기 나오는 「오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배고프고 추워도 참아야 하며 더워도 벗지 말고 추워도 화롯불은 안 쬐는」등의 행실과 덕행이 필요한 것이다. 설사 이에 근접하지는 못하더라도 노력하는 성실함만 있어도 그들은 스스로 존귀할 것이며 권위가 서고 형이상학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는 상류층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그들이 누리는 생활의 일부라도 많은 사람들과 같이 하길 바라며 고급문화의 확산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 국민의 정서나 법 규정 이전에 선한 사마리아인의 심정으로 개인의 이상을 실현하면서 사회적 책무에도 소홀하지 않는 것이 낳아주고 길러준 이 나라에 대한 기본 도리라고 보고 있다.
-교화와 덕화는 하늘이 좋아하는 것이자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무형의 재화이다.
우리 전체를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키워드이며, 오늘의 우리 사회를 위해서 있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꺼이 신분의 대물림도 인정하고, 평등의 구호도 접을 것이다.
2007년 7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