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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는 기다리고 참는 것.
    카테고리 없음 2019. 4. 6. 15:41

    고운(孤雲) 최치원이 「道不遠人 人遠道 山非離俗 俗離山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려하고, 산은 속세를 떠나려하지 않는데 속세는 산을 떠나려 한다네.)」라고 읊은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충청북도의 진산이자 국립공원인 속리산의 문장대를 오르거나 신선대에서 내려오노라면, 한국의 산들이 거개가 다 그렇지만 유독 이 산에서만은 커다란 바위위에서 나무들이 자라고 있음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가 있다. 그것들은 노송(老松)이나 이름 모르는 나무가 되어 산 능선을 닮고 산 계곡을 닮아 구부러지거나 휘기도 하고 하늘을 향한 신심이나 정이품송의 기개를 본받기도 하여 곧바로 자라기도 하였는데 보는 사람의 탄성을 자아내는 것은 그 기기묘묘한 자태나 형상이 첫째라면 바위를 터전으로 하는 그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감격은 그 둘째일 것이다.


    위 두 가지 사실만이라도 대단한 것인데 혹여 이 시대에 고운 같은 사람이 또 있어 이 모습에서 하늘의 이치를 생각하고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시대를 초월한 생각의 조응이며. 구름을 타거나 황학을 타고 신선이 된 옛사람들에 대한 회억일 것이다. 그것은 저 암석이 처음에는 식물의 생장에 방해가 되고 장애가 되었으나 오랜 풍상동안 뿌리내림으로 인해 놀랍게도 지금은 오히려 비바람이 불거나 가물 적에는 반석이 되고 생명수가 되어서 지금은 받침대가 되고 지지대가 되었으니 바위가 철옹성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자연계에서는 이와 같은 일을 많이 볼 수가 있는데  먹이사슬 아래에 있는 것들이 상위층의 것들로 인해 빠릿빠릿해 지고 억척스러운 경우일 것이다.


    이것은 또 인간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어제까지는 쳐 죽일 적이고 도저히 하늘을 같이 이고 살 수 없는 원수였지만 오늘날에는 나의 후원자가 되고 내 의탁할 곳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현상을 역사에서도 볼 수가 있으니 당태종과 위징(魏徵). 청나라와 오삼계(吳三桂)가 그런 경우이다. 위징은 처음 태자인 이건성의 참모로 발탁되자 황제가 되기 전의 이세민이 야욕을 품은 것을 보고 그를 주살하고자 진언한다. 그러나 현무문의 정변에서 이세민이 승리하고 그를 중용하자 당태종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함은 우리가 익히 하는 바이다. 오삼계는 만리장성의 동쪽 산해관을 지키는 명나라의 장군이었다. 만주족 청나라에게 산해관은 중원으로 나가는 관건이고 오삼계는 목에 가시이고 허리춤의 비수였다. 그러나 많은 영화와 연극. 노래로 유명한 그의 애첩 진원원으로 인해 마음이 흔들리고 이어 청나라의 회유가 있자 산해관을 내주고 이자성의 농민군을 무너뜨리고 청나라를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이렇게 세상일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유전(流轉)하는 것이며 불변하는 것이 아니고 급변도 한다. 군웅할거의 무대이고 인간지략의 각축장인 정치라고 여기에서 예외일 수가 없는 것이다. 단지 사람만이 단견이고 근시안적이라 조급하고 황망할 뿐이다. 내일은 한나라당 경선일이고 다음에는 신당이 경선에 돌입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세월 이종찬씨가 경선의 들러리가 싫다며 경선을 거부하고 이인제씨가 경선에 불복하고 손학규씨가 경선을 피한 것을 보았다. 본인들로써는 불민일 수 있겠지만 우리가 보는 견지에서는 신진기예인줄 알았으나 못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 격이었다. 의외나 돌출은 항용 하는 것이 아니다. 때를 기다리고 수치를 참을 줄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용사인 것이다. 승복과 협조는 우리의 전통이 되고 불문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치적 환경과 정치문화는 속리산에서 나무들이 바위에 뿌리를 내리듯 그렇게 한 발 한 발 진전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비우호적인 것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요지부동의 것이 사통팔달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산천들을 다니노라면  이 땅은 지금 정치지형을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먼저 정치문화를 바꾸는 것이 능사임을 알게 된다.


    2007년 8월 18일 화양서원을 방문하고, 화양구곡중의 제 4곡인 金沙潭에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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