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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일카테고리 없음 2019. 4. 9. 19:10
이 세상에서 가장 큰일은 무엇일까? 하늘이 무너지는 것일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한다. 호랑이 같은 사나운 짐승을 만나는 것일까.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한다. 그럼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의 생명과 신체가 위해를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도 「사람이 천하를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아무 유익이 없다.」고 했으며, 하다못해 연형책(連衡策)의 세객(說客) 장의(張儀)처럼 혀라도 온존해야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꼭 신체발부(身體髮膚)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쇼펜하우어의 말과 같이「나의 죽음은 곧 전 우주의 파멸」로 연결되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비아(非我)로부터 아(我)의 유지와 견지를 위해서 비상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이「큰일 났다.」「죽겠다.」를 남발하고 있다. 사실 회사가 부도기 나고, 주식이 폭락하고, 시험에 떨어지며, 미증유의 1997년의 외환위기 같은 것들을 당해 재산이 날아가고 가족이 해체되면 하늘이 노래지고 앞이 캄캄해진다. 발 딛은 곳이 꺼지고, 급류에 떠내려가는 심정일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좁은 대롱구멍으로 세상을 보고, 내일이나 우주를 모르는 하루살이처럼 산다고 하지만 너무 과민반응이고 너무 과잉대응은 아닌가.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일어나는 것들이 하찮다는 것이 아니라 내 목숨이 붙어있고 사지가 멀쩡하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죄다 큰일이고 죽을 일이면 막상 큰일이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생명이 말로만 듣던 「바람 앞의 촛불」 신세이고, 평생의 공력이 날아가는 날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이 씨가 된다고 우리는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 속에도 놀라지 않고 일의 경중을 따지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도 미리 정해 놔야 하는 것이다. 유비무환의 본래의 의의인 것이다. 기후가 변덕스러워서 그 영향을 받아서든 2000년 동안의 누적된 불예측적인 사회 탓이든 이제는 더 이상 말끝마다 절망적인 말들은 하지를 말자. 마음의 근심과 초조는 인간적 약점들로부터 오기 때문에 지평을 넓히고 인식을 새롭게 하면 그것들은 저절로 사라지는 것들이다.
하늘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을 주시지 않거니와 시련을 준다고 해도 그것이 금강석을 만들고 진주를 만들기 위한 세공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기쁜 것이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일만이 큰일이고 그 밖의 것은 수시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는 것임을 우리가 깨닫는다면 삶은 더 여유가 있고 운치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목숨과 건강이 장수를 위하고 복락을 누리기 위해서일뿐만 아니라 진리를 알고 하늘의 이치를 규명하는 도구이자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 사람은 인생의 원숙한 경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007년 3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