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어빵 사회, 잉어빵 나라카테고리 없음 2019. 4. 13. 22:23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화이널에서 김연아양이 극적으로 우승을 하여 한국낭자의 우수함을 떨친 것에 대해, 나는 그녀가 어떤 지도와 훈련을 받았는지 궁금했습니다. 또 중앙일보 지면을 보니까 잭 웰치 전 GE회장이 산자부 주최의 화상강연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영웅. 스타로 대접을 해야 한다」는 언급은 나의 귀를 대단히 솔깃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오늘날 우리나라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획일적 사고, 단선적 사고 편향적 사고를 떠올리고서는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다양성과 다채로움은 이제 전시대를 관통하는 황금률이며, 인간조건의 만개(滿開)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아직도 복제형 인간과 모방형 인간만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누구의 제자」나 「누구를 닮았다」거나「누구와 가깝다」가 사람 평가나 작품 선정의 기준이 되어, 이른바 아류(亞流)나 부류(部類)가 되어야 행세를 하고 출세를 하지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한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서예의 왕희지(王羲之)나 안진경(顔眞卿)에서 볼 수 있듯이 빼어난 글씨의 모방을 통해 추사(秋史)나 일중(一中)처럼 독자세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영역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누가 더 모방을 잘했느냐 로 순위를 매기고 입상을 시키는 것은 부분만의 잔치요 소성(小成)의 만족이요 전시나 의례용이지 사람을 생각하고 문화를 생각하는 사회가 할 바는 아닌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하도 흔해서 예를 들기도 쑥스러울 정도로 학문의 근친교배와 예술의 동종교배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은 소인들의 의리이고 저급생물들의 생존방식인데도 거리낌 없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시낭송대회라면 희소성과 독창성이 돋보여야 하고, 신춘문예라면 실험정신과 문제의식이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똑똑한 앵무새와 완전한 복제품만이 선발되고 당선됩니다.
꿈을 꾸는 사람이 대접을 받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람이 우대받아야 하는데도 ,사람들은 전례(前例)나 선례(先例)에 없고, 관행(慣行)과 관례(慣例)라며 신진(新進)과 발랄함을 견제합니다.
「수재는 만 명을 먹여 살리고 천재는 백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은 우리의 인재양성이나 인물선정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친절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정치판이든 학교든 기업이든 그 밖의 어디든 사람을 일렬도 줄 세우는 것을 그만 해야 합니다.
눈에 난 것이 괘씸하다 해도 언짢아하지 말아야 하고, 톡톡 튀는 것이 눈엣가시
같아도 그것도 개성이고 독창성이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똑같은 색깔의 옷을 입히고, 한 울타리에 제한하며, 합창만을 부르게 하는 것은 그만 멈추어야 합니다.
정치에서는 3김과는 다르고, 3김을 벗어나는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소설에서는 이문열과 황석영, 시에서는 서정주와 김춘수, 그림에서는 누구누구 음악에서는 누구누구의 총애나 후광이나 판박이로 그들의 품안에 안주하거나 모조품으로 흡족해 할 것이 아니라
설령 못하더라도 독자의 글을 쓰고, 독자의 시를 짓고, 독자의 노래를 부르며, 독자의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우리 역사에 또다시 제2의 남이(南怡) 조광조(趙光祖) 김옥균(金玉均)이 태어난다면 그때처럼 똑같이 싹을 자르고 난도질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기개를 펴고 뜻을 펼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로봇과 마네킹만이 활보하고 창궐하는 사회가 아니고 인간이 숨 쉬고 인간이 느껴지는 사회를 원한다면 우리의 제자 우리의 자식 우리의 후학들은 심성은 우리를 닮되 재주는 우리를 능가하길 바라야 하고, 우리의 기존 세계로 유혹할 것이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로 가서
대성(大成)을 하길 기원해야 합니다.
위대한 반역자는 미국의 대법원에만 있으란 법이 없고, 저팔계나 돈키호테는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시끄럽고 요란한 것은 생명체의 경염임을 깨달아 그들이 경제 정치 과학 문학 예술 스포츠 연예계 등에서 한국을 빛내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며, 한국을 앞으로 몇 백 년 먹여 살릴 기술을 개발하길 간절히 바래야 할 것입니다.
「기성(旣成)을 통해서 기성위로」는 우리를 밟고 우리를 넘어서 가는 것입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우리를 닮지 말고 우리보다 발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요 모양. 현재의 요 수준. 현재의 요 생각은 안 된다는 컨센서스입니다. 그런 면에서 광인(狂人, 대한민국 김관식) 기인(奇人,중광스님) 괴인(怪人,날개의 이상,)이 많이 나와서 포효(咆哮)하고 웅비(雄飛)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조련 받고 훈련만 받은 강남의 아이들이 서울대학교에 많이 가는 것은 우려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좋은 대학에 갈수는 있겠지만 요즘 거론되는 인공적 엘리트나 자연적 엘리트로 대비한다면 어느 쪽이 자생력이 있고 경쟁력이 있는가는 너무나 분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또 본다면 여기의 글들은 고급음식점에서 풀 코스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동해안 주문진 항구에서 갓 잡아온 고기들을 배위에서 바로 회쳐먹는 싱싱함과 고소함과 쫄깃함이 있어 더욱 좋습니다.
끝으로 빵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대로변이나 동네어귀에서 붕어빵 잉어빵 장수가 있으면 한 2000원어치씩만 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들도 우리와 같이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할 이웃이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년 12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