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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헌발의와 무용(無用) 의 용(用)
    카테고리 없음 2019. 4. 13. 22:35

    잠잠하게 임기 말을 맞는가 싶었는데, 1윌 9일의 전격적인 개헌발의 표명은 전격성도 웃음거리지만 노대통령의 정치역량 한계를 보는 것 같아 관전하는 사람은 시쳇말로 짜증이 난다. 통상 임기를 1년 앞둔 대통령이라면 그동안 벌였던 사업의 갈무리와 함께 다음 대통령 선거의 공정한 관리자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그 본분인데, 또다시 정치적 이슈를 들고 나와 나라를 정쟁으로 몰아넣고 있으니 대립과 분열은 노대통령의 전매특허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동안 노대통령을 「하늘의 안배」라는 개념을 차용하여 곱게 보려 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호의를 일소에 날려버리는 것이며 박근혜 전 대표의 말마따나 「나쁜 대통령」이 틀림없다. 지금까지 그 숱한 자질론에서부터 경륜에 이르기까지 말들이 많았지만 성공한 대통령을 바라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제는 옐로우 카드가 아니라 레드카드를 내밀게 하는 행위이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어찌 이런 발상을 했을까 ?노대통령의 「책임성과 안정성, 성숙된 민주역량, 일관성과 연속성」이라는 단어들을 이어보면 이들이 비난하는 유신헌법을 제정할 때와 자구들도 똑같고 뉘앙스도 똑같음을 느끼는데, 역사는 잘도 잊어버리고 잘도 되풀이함을 목도한다. 역시 몇 세대가 지나야만 의식도 문화도 달라짐을 다시금 깨닫는다.

    인문학적 교양이 없는 사회의 전부를 보는 것 같고, 상대방의 책임만 따지는 못난 사람들의 공격과 수비를 보는 것 같고, 모든 것을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유치함을 보는 것 같고, 지금까지 말의 성찬(盛饌)으로 일관하고 언어의 유희(遊戱)로 시종한 일그러진 대통령을 또 대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헌법이 나빠서 무슨 일이 안되는가? 지금 우리나라가 대통령의 권한이 약해서 나라일이 안되는가? 지금 우리나라가 여당의 국회의원 수가 적어서 국정이 마비되는가? 감동의 정치를 못하기 때문이다. 오기와 독기의 정치, 오만과 자의의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헌발의만 해도 그렇다. 이것은 엔테베 작전하듯 새해에 작심하듯 하는 것이 아니다. 당과 언론 시민단체들에서 먼저 말문을 열고 의론에 의론을 거치는 공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유도하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어야 하지 이렇게 뜬금없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개헌은 이번 대선에서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어 정책대결의 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지 현직 대통령이 그것도 임기 말의 대통령이 하는 것은 모양새도 안 좋고 설령 선의를 가지고 하더라도 믿어주지 못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임기 말의 레임덕을 들먹이며 책임정치를 들었는데 지난 4년 금쪽같은 세월을 정치력 부재와 경제의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놓고서 이제 와서 책임정치를 거론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리의 책임 있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또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달라 효율적이고 생산성 있는 정치를 못하였다고

    하였는데, 꼭 그래야만 책임 있고 능률적인 국정운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임기 문제보다는 능력의 부족과 교섭력의 부족인 것이다.


    미국은 중간선거가 있어서 행정부의 중간 공과를 평가하고 있는데 차라리 우리나라도 국회의원의 반은 따로 뽑아 생생한 민의를 전달하고 국회의원의 자연스러운 물갈이를  도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20년 만에 맞는 기회라는 언급에서 지난 사사오입  개헌의 숫자놀음이 떠올라서 꿰맞추기 식의 궤변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또 헌법을 공부한 지도자, 정치를 다년간 한 지도자라면 정치가 각계각층의 이해를 조정하고 완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내각책임제를 꺼냈어야 순수함이나 충정이 살아났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내각책임제가 좋은 제도라는 것을 알지만 머뭇거린 것은 남북대치라는 특수상황과 장면 정부의 실패도 있지만

    만성적인 정국불안의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북핵사태 때 본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연함이나 노무현 정부 들어 계속적인 정치불안 속에서도 나라가 지탱되고 지속하는 것을 보니 이제는 내각책임제를 할 시기라고 본다. 지금 지구상에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많지만 미국만 빼놓고는 독재정치나 중우정치임을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할만한 제도이다. 물론 이 문제도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 문제이다.


    말마따나 성숙된 민주역량이라면 내각책임제가 맞는 것이고 안정적 국정운영을 바란다면 수의 우위나 독단의 정치가 아니라 야당을 비롯한 각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번 시도가 통합신당을 견제하는 것이라면 파당적 이해로 국사를 이용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한나라당 의원의 변절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알고서도 했다면 권모술수라고 치부해도 될 것이다.


    지금은 나라살림을 생각할 때이다. 경제 살리기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우리  모두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그따위 고쳐도 되고 놔둬도 되는 헌법문제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나라가 나뉘고 한 해가 술렁거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대통령이 또다시 싸움닭이 되어서 무한정쟁을 촉발하고 무한대결을 촉진 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은 무용의 용(無用의 用)을 쓸 때인 것이다. 지금은 무의의 위(無爲의 爲)를 취할 때인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국민들은 대통령이 나라 걱정으로 고뇌하고 번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2007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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