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부터 그러한 일카테고리 없음 2019. 2. 7. 17:32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태어나면 죽는 것은「원래부터 그러한 일」의 시조(始祖)라 할 수 있다.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고. 합하면 반드시 나뉘는 것은「원래부터 그러한 일」의 꽤 높은 크라스에 속한다. 뒷간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른 것이나 농 땅을 얻으면 촉 땅을 얻고 싶은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다.
「원래부터 그러한 일」은 오랫동안 귀가 아프도록 들은 것이고. 아주 낯익은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고, 부유해지면 사람들이 모이고 가난하면 사람들이 떠나는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다.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기는 것이나 99섬 가진 부자가 1섬 가진 사람의 것을 탐내는 것과 부자가 하늘나라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다.
놓친 고기는 크고. 남의 떡은 크게 보이는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고. 방귀 뀐 놈이 되레 성내고. 물에서 건져내니까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나 날아온 돌이 박힌 돌을 빼고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 것도 「원래부터 그러한 일」이다. 빈 수레가 시끄럽고 얕은 물이 요란한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고. 기왕이면 다홍치마이고 말 타면 경마하고 싶은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다.
고생 끝에 낙이 있고, 기쁨이 지나치면 슬퍼지는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고. 열흘 붉은 꽃이 없고. 10년 가는 권력 없는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다. 안회 같은 선인(善人)은 꾀죄죄하게 살다가 일찍 죽고, 도척 같은 악인은 떵떵거리며 살다가 오래 사는 것에 대해 사마천은 천도(天道)를 의심했지만 이 역시「원래부터 그러한 일」이다.
세월이 가면 은혜와 원수도 묻히고 잊히는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고. 여우가 죽을 때 제 살던 굴 쪽으로 머리를 두듯 사람도 죽을 때는 고향을 찾는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다. 한 여름에는 그토록 사랑받던 부채도 서늘한 바람이 불면 장롱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고. 한 장군의 이름 뒤에는 만 명이나 되는 병사의 희생이 있는 것도「원래부터 그러한 일」이다.
원래부터 그러한 일은 옛날부터 추호의 의심도 없었고. 어떤 이의도 단 적이 없었다. 원래부터 그러한 일은 누구라도 되돌릴 수 없고. 피해갈 수도 없었다. 우리가「원래부터 그러한 일」을 살피는 것은 혹여 살면서「원래부터 그러한 일」을 만날 때에「원래부터 그러한 일」인줄 몰라 배신감과 절망감으로 마음이 흔들리거나 마음이 다칠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사람이「원래부터 그러한 일」에 익숙해지면 성을 내거나 슬퍼하지 않게 되고. 사람이「원래부터 그러한 일」을 터득하게 되면 도력(道力)이 높아졌거나 심안(心眼)이 열렸다고 할 수가 있다.「스스로 그러함」이 자연의 도(道)나 자연계의 법칙이라면「원래부터 그러한 일」은 인간의 도(道)나 인간계의 법칙인 것이다.
2016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