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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은 다 저마다 소망을 갖고 산다. 소망이 없는 삶이란 생각만 해도 지루하고 암울하다. 이 소망이야말로 인간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사람들에게 각자 소망을 물으면 누구는 권력을 잡고 싶다든가 누구는 갑부가 되고 싶다든가 누구는 이름을 만방에 떨치고
싶다는 등 가지각색이다. 다 일리가 있고, 한번쯤은 향유해보고 싶은 대상들이다.
그렇다면 지각 있는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는 그 보랏빛 소망을 나도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소망이 있기에 어려움을 참고, 힘든 일을 참는 것이다. 그럼 나의 소망은 무엇일까?
돈, 권력, 지위, 명성 지식, 미녀는 당연히 애써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라고? 이것 말고도 좋은 것이 있다고, 한 인간으로서나 한 남자로서 전 생애를 바치고, 인격을 걸 수 있는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자유인! 얼마나 고귀하고 자랑스러우며, 영광된 이름인가. 인간을 핍박하고 압제하는 일체로부터 벗어나 사색이 자유롭고, 누구로부터도 강요를 받지 않아 마음껏 생각한다.
오직 산문정신의 인도를 받고, 별과 같고 꽃과 같은 양심에 의해서만 거취를 정한다. 인습의 줄을 끊고, 상식이라는 도매금을 내몰며, 관례에서 벗어나 품성을 도야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내 살아서는 도저히 이루지 못할 죽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나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지 모르겠다.
1977년 9월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