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가을에 생각나는 시가(詩歌) 2
    카테고리 없음 2019. 4. 23. 21:38

    오늘 서울 북쪽에 있는 불암산에 올랐었는데, 햇볕은 따가워도 바람에서는 서늘함을 느꼈습니다. 때는 이미 가을임을 알았습니다.


    제가 늘 얘기하지만 산에 다니고 글을 쓰는 것은 무슨 여유가 많아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면의 소리를 듣고. 내면을 다스리기 위함 입니다.


    사람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는 4월에서 진달래꽃과 두견새를 떠올리고, 라일락과 황무지를 연상한다 하지만 저는 가을에는 언제나 스산함과 을씨년스러움만을 기억할 뿐입니다.


    굳이 봄은 여인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말하지 않아도 가을은 언제나 애잔(哀殘)과 애상(哀傷)으로만 남을 뿐입니다.


    아래의 시가(詩歌) 2 수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것들입니다. 제가 이 가을에 산에 오르면 읊조리고, 때로는 아이 되어 눈물을 흘리는 시들입니다.


    제망매가(祭亡妹歌)


    생사의 길이 여기에서 갈리므로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없이 어떻게 갑니까?


    이른 가을 어느 날에


    이곳저곳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 나서 가는 곳 모르는가.


    아!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날 날까지


    도(道) 닦아 기다리겠노라.


    이 향가는 신라 경덕왕 때 월명사라는 스님이 죽은 누이동생이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비는 노래로, 오빠인 스님이 재를 올리며 이 노래를 불렀더니 홀연히 바람이 불어와 지전을 날리고 서쪽으로 사라졌다 합니다. 비록 1300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혈육의 정이 무엇인가를 가리켜 주는 아쉬움 그리움 안타까움이 어우러진 애틋한 서정이 오늘도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고 봐야 되겠지요.


    초원의 빛


    여기에 적힌 먹물이 희미해질수록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하는 날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한 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한들 어떠랴.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이런 시간들이


    그 어떤 것도 되돌아 올 수 없다한들 또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겠어요.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적인 공감에서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을 달래주는 생각에서

    죽음 너머를 보는 신앙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을 가져다주는 세월에서...


    이 시는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무지개로도 유명하지요)의 시입니다. 고전영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탈리 우드와 워렌 비티가 주연한 영화로서도 우리의 탄식을 자아내게 한 시입니다.


    저는 이 시에서 극복의 아름다움, 초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도내면에 연면히 흐르는 애달픔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다만 나이 먹어갈수록 순수해 지고 순정에 흐르는 시인의 감성에 경의를 표할 뿐입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