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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회라는 미학
    카테고리 없음 2019. 4. 27. 20:46

    좋은 글은 마음을 밝게 하고 생활을 풍부하게 해 준다. 글이 많다보니 제대로 읽어보지 못해서 그렇지 좋은 글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살 가치가 있다고 믿게 하며, 모든 것에 애정을 갖게 한다. 또, 좋은 글은 마음이 약해질 때 용기를 심어 주고, 낙담할 때 위안을 주며, 인생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 믿음을 꼬옥 잡아 주기도 한다.


    나는 좋은 글이란 누가 처음 발표 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기풍이나 특색을 드러내기는 것이지 그 사람의 전유물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하늘이 그 사람의 입이나 손을 통하게 했을 뿐 좋은 글은 다른 좋은 것처럼 인류 공동의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좋은 글을 인용하고, 좋은 뜻을 기리며, 심지어는 종래와는 다른 뜻으로 풀이하기도 하는 것은 우리 후인(後人)들의 영에(榮譽)이고 의무9義務0라고 생각한다. 그러 면에서 나는 오늘 몇 달 전 어느 책을 읽다가 내용이 좋아 적어 놓은 어느 짧은 글귀를 보면서 지치고 피곤한 내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으니, 바로 「이미 끝나버린 일을 후회하기 보다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라.」가 그것이다.


    사람은 좋아도 후회하고, 나빠도 후회하고,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한다. 평생을 후회만 거듭하다가 죽는다 하는데, 나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다만후회할 일들의 축소에 대해서 적지 않은 노력을 할 뿐이다. 마음은 간절하나 부모님께 효도 못한 것, 평소에 글 습작(習作)이나 해둘 것 하는 사적(私的)인 후회부터 세상 경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을 못 길렀다는 공공적인(公共的)인 후회까지 매사가 후회일색이고, 후회막급이다.


    후회로 날을 맞고. 후회로 날을 끝낸다는 말은 나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이 후회하는 것이 많을수록 그 삶이 힘들고 고단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내 성격이 모순적인 것이 1차적 원인이라면 세상은 내게 너무나 버겁다는 것이 2차적인 원인일 것이다. 단순하다면 생각도 않을 것을 다음, 그 다음을 생각하고, 손에 쥐어 주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도 되는데 그 너머를 원하기 때문에 후회가 많을 수도 있다. 최상과 최하를 생각하고 ,변덕이 심하다고 할 정도로 감정의 기복이 요란하며, 처음보다는 점점 갈수록 더 잘할 수 있다는 곡해(曲解)도 후회에 일조할 것이다.


      예로부터 군자는 후회는 하지 않고 반성만 할 뿐이라고 전해온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후회는 보통사람들이나 하는 것이고, 인생의 낙오자나 패배자들이나 하는 넋두리일 뿐이라고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아는 후회는 보다 낫기 위한 긍정적 모색이요 전진을 위한 애처로운 발버둥이라고 본다. 이미 끝난 것, 결정된 것을 갖고 머리를 싸매 고민하고 붙들고서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하지 못한 것, 아직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그것의 발전적 성취를 위해서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쏟는 것이다.


    후회는 소모적인 자학임을 알아 지나간 것은 빨리 잊어버리고 ,어느 분의 말씀처럼 미련이나 애착조차도 무우 자르듯이 싸아악 잘라 버리고, 오는 것을 위하여,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위하여 준비해야 한다. 할 것을 하지 못하고, 반드시 했어야 할 것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확대하고, 확장하는 것이 내가 사는 의미가 되고 존립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이제 과거의 것을 가지고 잘했다, 못했다, 기다, 아니다 라고 따질 계제도 아니고, 과거의 것만을 우려먹을 만큼 한가로운 시대도 아니다. 나처럼 꼭 했어야 했고 하고 싶었던 일을 못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편안할 때에 위태로움을 생각하지 않았고 덕을 깊이 쌓지 않아 마음의 욕망을 누르지 못하여 뿌리가 마른 나무가 잎이 무성하기만을 바란다.」는 위징의 말은 곧 나의 말인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많이 해서 잘못 되어서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많이 못해서 게으른 것을 후회한다. 상대방보다 월등한 무기와 우수한 장비를 가지고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것을 통렬하게 후회한다. 오늘 우연히 본 글귀 하나가 내 가슴을 찌르고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내가 아무리 노력하여 단아한 글을 많이 써 나 자신을 달래고, 살아있음을 확인한다고 해도 언제나 갈증 속에 살아감을 나는 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아예 광인으로 살거나 도망갈 수 없는 운명임도 나는 잘 안다. 일의 성패는 이미 내 손을 떠났고 나는 이 작은 글귀 하나만이라도 의지하여 살아야 함도 내 또한 잘 안다.


    여러분도 후회를 해봐서 알겠지만, 후회는 어느 것이나 시위를 떠난 화살 같고, 엎질러진 물과 같다. 거듭될 수 없고, 되풀이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의 병은 깊어지고 언제든지 아픔으로 살아나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후회하지 않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생각이 모자라서 또는 행동이 경솔해서 후회할 일이 너무 많다. 그리고 지금의 사회구조가 차들이 접촉사고를 빈번히 내듯 후회들을 양산하게 한다. 이런 판에서 후회 않는 사람을 찾는다면 그 사람은 필경 정신적거인(精申的巨人)일 것이다.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라.」란 짧은 글귀가 세상을 변화 시키고, 사람을 변화시키며, 나를 감동시키는 역할을 계속해 주기 바란다.


    2003年 10月 21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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