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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내는 나라
    카테고리 없음 2023. 5. 25. 23:12

    가령 1의 무게를 갖고 있는 금화(金貨) 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누군가 금화를 마모시키거나 절삭해서 08으로 만들어 유통시킨다면 사람들은 제대로 된 금화는 보관하고 정량 미달의 금화만 내놓을 것이다.

     

    이 경우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영국의 경제학자 그레샴이 발견한 그레샴의 법칙이다. 그레샴의 법칙은 비단 경제현상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방면에서 왜 사회가 작아지고 거칠어지는지를 규명하는 유효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노자 56장의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는 역설에서도 우리는 알 수 있다. 깜냥도 안 되고 함량 미달인 사람들이 정치나 사회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이유를 그레샴의 법칙은 잘 설명하고 있다.

     

    자연스럽지 못한 사회, 예측가능하지 않은 사회, 암울한 시대상황도 똑같다고 할 수 있다. 폭력이나 완력이 판을 치고,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곳에서도 양화는 증발한다. 은사(隱士)라는 이름은 악화에 내쫓긴 사람들에 대한 호칭인 것이다.

     

    어쩌면 역사는 악화와 양화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언제나 패배하는 쪽은 양화이기 때문에 반론을 제기하거나 이의를 달거나 새로운 것을 들고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언제나 물거품 된다.

     

    같은 오리나 참새가 되어야지 백조나 기러기가 되면 불온시하거나 따돌림 당한다. 조선 명종 때 양재역 벽서사건으로 죽은 송인수, 선조 때의 의병장으로 옥사한 김덕령과 정철에 의해 죽은 정개청, 숙종 때 송시열과의 갈등으로 사약을 받은 윤휴는 양화였다.

     

    이백은 고풍(古風)이란 시에서 모래 더미 맑은 구슬 더럽히고, 뭇 잡초는 외로운 향초 업신여기는구나. 群沙穢明珠 衆草凌孤芳라고 했는데, 옛날에도 오늘날처럼 악화가 양화를 학대하였음을 일러주고 있다.

     

    - 이 나라는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불리지만, 사람을 키우지 않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며, 사람을 끌어내리는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20203,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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