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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분이라면 생각해 볼래요.
    카테고리 없음 2023. 7. 5. 21:32

    월간 한국수필7월호에서 유아무개님의 수필조르바처럼을 유심히 읽었다. 그런데, 유독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페이지 밑 약력 줄에서 은신(隱身)하듯 있는 수필집 제목 그분이라면 생각해볼래요.였다.

     

    평소 나는 좋은 글귀를 얻기 위해서 고심(苦心)도 하거니와 좋은 글귀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독서를 통해서 주로 영감을 얻는 편인 나는 그분이라면 생각해볼래요.’라는 보석을 캔 것이다.

     

    나는 이내 상상력의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상상력이 없다면 인간은 사바나 숲속의 나무에서 아직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고, 작가에게 상상력이 없다면 산등성이 고사(枯死)한 나무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분은 누구일까? 동성(同性)일 수 있지만 이성(異性)일 가능성이 높다. 신분이 높은 사람일 수도 있고, 인격이 고매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후자 쪽에 더 무게가 간다. 어렸을 적부터 잘 아는 사람일 수도 있고, 평소 믿음직스럽게 여기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친근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상의 힘이 있다고 볼 것이다. 하여간 그분은 보통사람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분이라면,’라는 말에서 그는 태산(泰山)같거나 철석(鐵石)같거나 난초(蘭草)나 지초(芝草)같은 사람임을 유추할 수 있다.

     

    생각해볼래요.’라는 말의 어투를 봐서 다시 생각해 보겠다.’거나 여러 번 생각을 해서 번의(翻意)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뭣이 충족되거나 뭣에 만족하지 않더라도 승낙하고 허락하며 동의한다는 것이다. 속내는 그분이라면 탐탁하고, 흔쾌하다.’는 것 아닌가.

     

    화자(話者)는 가장 핵심사항인 그 무엇을 생각해 보겠다는 것일까? 구애(求愛)인가, 청혼(請婚)인가, 작품 활동인가, 23일정도의 여행 제의인가. 같이 수행(修行)하자는 제안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같이 바이킹놀이기구를 타거나 한강 야경을 구경하자는 것인가.

     

    그분이라면 생각해볼래요.’라는 말에서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과연 나는 그분이라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람축에 드는 지. 내 주변에는 그분이라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지를.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말이 내 가슴을 스쳐간다.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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