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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의 3가지 기쁨(三喜)과 나
    카테고리 없음 2024. 4. 21. 17:50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이런 글이 적절한 것인지는 차지하고서, 글 쓰는 사람에게는 3가지 기쁨이 있다고 한다. 첫째가 등단의 기쁨이요. 둘째가 수상의 기쁨이고. 셋째가 출간의 기쁨이다. 나도 명색이 글 쓰는 사람이기에 이러한 기쁨에 무관심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의견은 여러 가지로 갈릴 것이고, 여기서 내 의견도 그중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첫 번째로 등단(登壇)이다. 느지막이 등단한 나는 젊었을 적부터 문인(文人)이나 문사(文士)라는 말에 썩 이끌렸고, 문인들의 일화(逸話)를 꽤나 기억하였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을 부러워한 나머지 거기 회원이 되는 자격인 책 2권을 출간할 생각도 일찍이 했었다. 지금은 문협 회원이 안 돼도 상관없다. 하여간 등단은 내가 등단의 변에서 밝힌 대로 후한의 선비들이 학자 이응의 초대를 받으면 최고의 영광으로 여기듯 그런 것이며 확실히 등단은 내게 기쁨이고 영예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수상(受賞), 상 받는 것이다. 막상 문단에 들어와 보니 문학상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음을 본다. 다 이유가 있어 제정되었을 것이고, 상이 수여 되었을 것이다. 원래 상이란 것은 작품의 특출함을 인정하고 그간의 노력을 치하하며 격려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세계에서 제일간다는 노벨문학상도 일부에 편향되고 나눠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 밖의 문학상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문학에 등급이 있을 수 없다.’는 사르트르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면 무슨 상을 받고 안 받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요즘 상들을 굳이 말하라면 함량미달의 금화(金貨)라고 할 수 있다. 상의 인플레 시대에 오히려 상이 아류(亞流)나 부류(部類)를 양산하고 고착화한다는 우려도 나올 만 하다. 상을 받아야 유명작가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꼭 빼어난 작가나 성공한 작가는 아닐 것이며, 상을 못 받았다고 해서 실패한 작가나 능력 없는 작가는 아닐 것이다.

     

    세 번째로 출간(出刊)이다. 글을 많이 쓰고 책을 많이 펴내는 것이 문인들의 최대 바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 심지어는 유명한 작가까지도 자기의 책들이 문학관이나 전시실을 꽉 채우는 것에 흡족해 하고. 수십, 수백 권의 책을 펴낸 것을 무공 훈장 이냥 자랑을 하는데 나의 생각은 이와는 다르다. 양보다 질이라는 것이다. 독자의 마음에 균열을 가하고 뇌리에 선연(鮮然)히 남아 세월이 흘러도 돌아봄이 있느냐이다.

     

    노작(勞作)이 어느 만큼이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깟 태작(駄作)은 많아봤자 볼썽 사납다고 할 것이다. 시를 수천 편 짓고, 수필 수 백편을 쓰며, 소설 수십 권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의 정수(精髓)를 건졌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라이나 마리아 릴케가 시작이론에서 시란 벌이 꿀을 모으듯 하다가 느지막이 열줄 정도의 시를 쓰면 된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문학의 핵심을 찌른 말이기 때문이다. 또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년에 신비한 체험을 한 뒤 그간 쓴 글들은 지푸라기와 같다는 말에서도 깨친 사람은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니 나는 문인으로서의 첫 번째 기쁨을 오롯이 누렸고, 다른 수상이나 출간은 내 소관도 아니고 그런 복도 없으며 내 기쁨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이것은 등단이야말로 문인의 관문(關門)으로서 일생과 운명을 건 싸움이 필요하단 것이고, 등단하는데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수상과 출간은 득롱망촉(得隴望蜀)의 욕심이라는 것이며, 앞으로 수상할 기회가 없기도 하고 출간의 필요성도 못 느낀다는 자기고백이다. 엄밀하게 보면 작가의 3가지 기쁨이란 것도 세상의 명리(名利)라 할 수 있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등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024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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