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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 가난한 젊은이의 술회(述懷) (8)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뭇 생명들은 그것이 생명을 갖고 있는 한, 동물·식물·미생물을 막론하고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예외일 수가 없다. 특히 인간의 경우에는 그것이 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양상을 띠고 있다. 쉽게 말한다면 환경에 적응할 줄 아는 존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같은 사회풍토에 대해 사람들은 도의가 땅에 떨어지고 무법이 난무하는 종말적 세태라고 말한다. 미래로 나갈수록 비정한 사회가 되어 인정은 메마를 것이고 빈부격차는 극심할 것이며 만인에 대한 만인 투쟁의 시대가 될 것임도 자명하다. 이것들은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인류를 관통하는 철칙인 것이다.
나는 즈음하여 사람들에게 이에 대한 통찰과 대비를 권하는 바이다. 이른바 ‘인생의 난파’에서 살아남으려면 조심스럽고 유연한 그러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상의 격랑을 헤쳐 나가야 한다. 세상사는 다른 사람들보다 나으면 우승(優勝)알 것이고, 다른 사람들보다 못하면 열패(劣敗)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생존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어차피 인간사회는 그 체제나 주의를 넘어서 힘의 대결이 있으며 승부의 세계에서 패자는 언제나 모든 것을 잃는 슬픈 존재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로마의 검투사처럼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죽는 것이다.
인간사회에는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재화는 한정되고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패자는 역사도 왜곡되고 온갖 누명을 쓰며 흔적도 겨우 남길 뿐이다. 지금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냉철하고 이지적이며 과학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1977년 9월 3일
남도땅 벌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