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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년(老年)의 고독
    카테고리 없음 2024. 8. 25. 14:58

    옛날과 달리 오늘날의 사람들은 대부분 노년을 살게 된다. 몇 살을 노년으로 보는가가 여부겠지만 70세 이상이나 조금 높여서 75세 이상이라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사람이 노년이 되면 여러 가지 애로점과 불편사항이 생기는데, 크게 보면 질병과 금전문제로 이 두 가지가 노인을 압박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노인들이 육체적·물질적 이유 때문에 고통을 겪고 살아가지만 그에 못지않게 노인을 힘들게 하는 것이 있으니 고독이라는 것이다. 장성한 사람들을 보거나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나지 않을 때도 노인은 고독에 빠지는 것이다. 한 시대, 한 시절을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도 노인에겐 고독인 것이다.

     

    일찍이 우리가 잘 아는 중국 당나라 때의 문장가 한유는 819년 당시 황제였던 헌종에게 불골(佛骨)을 논하는 표를 올렸지만 황제의 진노를 사게 되어 오늘날의 광동성과 복건성이 만나는 해안가인 조주로 귀양을 가게 된다. 이때 그의 나이 쉰둘이었다.

     

    낙창을 지나 곡강(曲江)에 이르렀는데, 이곳은 41년 전 형 한회가 죄를 지어 귀양 온 곳이었다. 당시 열 한 살이었던 한유도 형을 따라와 잠깐 여기서 살았던 것이다. 이 부근에 시흥강이란 개천이 흐르는데, 한유는 곡강과 시흥강이 합수하는 지점에서 아스라한 엣 기억을 더듬어 시를 쓰니 바로 칠언절구 시흥강어귀를 지나며 過始興江口感懷이다.

     

    생각나네, 어렸을 적, 형님을 따라나셨던 일, 憶作兒童隨伯氏

     

    지금은 남으로 귀양 온 이 몸만 살아있네. 南來今只一身存

     

    눈앞에는 많은 사람 나를 따르고 있지만, 目前百口還相逐

     

    옛일 함께 이야기할 사람은 없네. 舊事無人可共論

     

    한유가 살았을 때의 노인 기준 나이는 50세였을 것이다. 지금 노인들이 보기에는 새파란 나이라 할 수 있다. 한유는 옛날 자기 어렸을 때를 떠올렸다. 지금은 100여명이 넘는 식솔을 거느려야 하는 책임감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둘러보니 옛일 같이 말할 사람도 없는 최연장자인 것이다.

     

    사람이 밥만 먹는 존재가 아닌 의미를 캐는 존재라면, 이 고독의 크기나 깊이를 능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한유는 사람은 가고 없지만 산천은 의구한 시대에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노인들은 사람도 없거니와 산천도 변개(變改)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근데 생각하면 이러한 고독감이 어찌 노인들에게만 한정된다고 말할 수 있느냐이다. 옛 추억을 나누면서 일체감을 느끼는 것은 지난날은 그리워 한다는 인간의 속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고독은 남녀노소 구분 없는 고독일 것이고, 거의 상사병 수준의 것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24,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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